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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 점령한 ‘다양성 영화’, 국내 영화 시장 어떤 변화 오고 있나?

박스오피스 점령한 ‘다양성 영화’, 국내 영화 시장 어떤 변화 오고 있나?

등록 2014.04.28 15:32

김재범

  기자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영화 시장의 다양성이 정착됐다는 의미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관객들의 트렌드가 다변화 됐다는 의미도 되겠다. 최근 국내 박스오피스 ‘TOP 10’을 보면 이례적이라는 말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 중 이른바 ‘마니아 영화’ 혹은 ‘독립영화’ 그것도 아니면 ‘다양성 영화’로 불리는 작품이 무려 4개나 집중돼 있다. 28일 영진위 집계 기준으로 영화 ‘한공주’(6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7위), ‘선 오브 갓’(8위), ‘파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9위)가 주인공이다.

‘한공주’가 국내 작품이고, 나머지 3개가 해외 영화지만 이들 4개 영화 모두 큰 틀에서 ‘다양성 영화’로 묶어 해석한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영화와 달리 이들 4개 영화는 적은 제작비와 확실한 콘셉트 그리고 마니아층에서만 소비될 수 있는 스토리, 여기에 적은 상영관이 약점이다.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기존 국내 영화 시장에선 흥행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이다 하지만 결과가 결코 그렇지 않다.

박스오피스 점령한 ‘다양성 영화’, 국내 영화 시장 어떤 변화 오고 있나? 기사의 사진

우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경우 개봉 한 달이 지난 현재 누적 관객 수 67만 6191명을 기록 중이다. 27일 하루 동안 동원한 관객 수만 1만 3403명이다. 스크린 수 2.5배, 하루 상영 횟수 4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방황하는 칼날’과 비교해 하루 관객 동원력이 불과 -2만 명 수준이다.

지난 달 20일 개봉 당시 67개로 시작한 스크린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개봉 3주차에 220개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관객들의 폭발적인 입소문으로 각 극장이 스크린을 앞다퉈 늘리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흥행의 가장 큰 원동력은 연출을 맡은 웨스 앤더슨의 세밀한 연출력이 첫 번째로 꼽힌다.

홍보를 담당한 호호호비치 측은 “국내에 유독 마니아 팬층이 두터운 앤더슨 감독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좋은 결과가 있던 것 같다”면서 “특히 미장센이 화려하고 세밀하기로 유명한 앤더슨 감독 작품 중에서도 탄탄한 스토리가 강점으로 부각됐다. 출연 배우들 역시 여느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라인업을 자랑하면서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란 평가가 이어져 대중성을 확보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영화 개봉 뒤 여러 분야 셀러브리티들의 관림기가 SNS를 통해 퍼지면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기록적인 흥행을 뒷받침했다. 올해 초 폐막한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될 정도의 작품성은 덤이었다. 영화계에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장기 상영에 들어간다면 ‘다양성 영화’로선 신기원을 이루는 ‘100만’ 관객 돌파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박스오피스 점령한 ‘다양성 영화’, 국내 영화 시장 어떤 변화 오고 있나? 기사의 사진

지난 17일 개봉한 ‘한공주’가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해 10월 폐막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무비꼴라쥬상과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9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작품이다. 몇 년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기존 비슷한 콘셉트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화법을 보인다. 가해자에 대한 단죄가 아닌 오롯이 피해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묵직한 톤이 인상적이다.

제13회 마라케시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미장센, 이미지, 사운드, 편집, 배우들의 연기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서 내 나이에도 배울 점이 아직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극찬하기 까지 했다.

국내 개봉 뒤에도 호평은 잇따랐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 마리옹 꼬티아르가 팬을 자처한 천우희는 ‘한공주’의 호흡과 심리를 머리카락 한올로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묘사하고 몰입했다. 연출을 맡은 이수진 감독의 뚝심 또한 적중했다. 전작 ‘써니’에서 ‘본드걸’로 출연한 천우희를 한공주에 캐스팅하는 초강수를 뒀던 것.

‘한공주’ 홍보를 맡은 딜라이트 측은 “‘성폭행 피해’란 자극적인 소재를 부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악수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잔잔하면서도 묵직하고 분명한 주제 의식을 관객들이 알아 줄 것이라 생각하고 영화의 완성도와 주제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박스오피스 점령한 ‘다양성 영화’, 국내 영화 시장 어떤 변화 오고 있나? 기사의 사진

가장 늦게 개봉한 ‘파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는 가장 타깃층이 좁혀지는 작품이다. 지난 23일 불과 70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하루 상영횟수도 200여 회 남짓이다. 사실상 수도권에선 관람이 쉽지 않은 조건이다. 하지만 개봉 5일만에 누적 관객 수 1만 5957명을 기록 중이다. 하루 평균 4000명 수준의 관객을 동원중이다. 박스오피스 1위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 비해 상영 스크린 수는 15배, 하루 상영 횟수는 무려 3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악조건 속에서도 오직 작품성만으로 입소문을 퍼트리며 개봉 일부터 박스오피스 ‘TOP 10’을 유지하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홍보를 맡은 영화사 하늘 관계자는 “클래식이란 확실한 타깃이 정해진 영화다”면서 “실제 줄리어드 음악학교 출신의 세계적인 크로스오버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개릿이 출연, 보는 영화에 더불어 듣는 영화로서의 기능까지 발휘하고 있다. 클래식 팬들의 관람 문의가 쏟아지고 있어 스크린도 점차 확대될 것 같다”고 전했다.

국내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예술 영화란 개념 자체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면서 “어렵고 재미없는 영화가 아니라, 확실한 콘셉트를 지닌 하고 싶은 얘기가 분명한 영화가 ‘다양성 영화’란 개념으로 대중들에게 자리 잡혀 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젠 ‘다양성 영화’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선보일 여건이 만들어 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 역시 “시장의 다변화가 ‘다양성 영화’의 흥행을 여건을 마련한 것 같다”면서 “시장 다변화는 결국 소비자인 관객들의 소비 욕구도 다양화 됐다는 말이 된다. 영화 제작사 입장에선 타깃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이다”고 말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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