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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조세회피처 전락한 수입차 시장

[위기의 수입차]기업 조세회피처 전락한 수입차 시장

등록 2015.10.13 08:05

강길홍

  기자

수억원대 수입차 대부분이 업무용 등록유지비 비용처리로 자동차 세금 피해가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산정도 문제 지적관련법 개정 통해 문제점 원천봉쇄해야

사진=뉴스웨이DB사진=뉴스웨이DB


국내 자동차 관련 세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그동안 고가의 수입차 시장이 ‘조세회피처’ 못지않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수입차와 관련한 세법 개정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폭스바겐 사태로 위기에 빠진 수입차 업계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2억원 이상의 수입차 중 87.4%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됐다. 고가의 수입차일수록 업무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 지난해 국내에서 5대가 판매된 롤스로이스 팬텀(5억9000만원)과 6대가 판매된 벤틀리 뮬산(4억7047만원)은 모두 업무용 차량이었다. 4억1000만원짜리 롤스로이스 고스트도 28대나 팔렸는데 역시나 모두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돼 있다.

윤호중 의원은 “일반 개인의 경우 차량 구매부터 유지비까지 모두 개인이 부담하지만 일부 사업자는 업무용 차량을 구매한 후 개인용도로 차량을 이용해도 명확한 확인 절차 없이 100% 필요경비나 손금산입 혜택을 받고 있어서 과세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무용차량에 대해 국산차·수입차 무관하게 1대당 최대 3000만원까지만 경비로 인정하는 방안이나, 배기량 3000cc 이상의 차량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경비로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도 업무용 차량 세제에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용 자동차의 비용처리에 상한선을 두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다만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기재부 국감에서 “차량가액 기준으로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통상마찰 요소가 있다”며 “경비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통상마찰을 우려해 차량가액이 아닌 비용처리에만 상한선을 두기로 했지만 이미 국회에는 경비기준 외에도 차량가액, 배기량 등 다양한 유형의 관련 의원입법이 발의돼 있다.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업무용 자동차 유지·관리비용의 필요경비 산입한도는 1대당 연 600만원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업무용 자동차의 상한선 도입여부와 범위는 국회에서 결정되겠지만 업무용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타던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고가의 수입차를 리스 등의 방식을 이용해 업무용으로 팔아왔던 수입차 업계도 판매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재 배기량 기준인 자동차세를 차량가액 기준으로 개정하는 입법안도 발의되면서 수입차 업계의 속을 태우고 있다. 현 자동차세 부과 방식은 지난 1961년 이후 50년 가까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세는 재산세의 성격도 가지고 있는데 2배 이상 금액 차이가 나는 자동차에 같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산정하게 되면 더 비싼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입차 소유자가 국산차 소유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차량가액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산정하면 쏘나타 2.0 CVVL(1999cc)은 세금이 55.4% 깎이는 반면 BMW 320d(1995cc)는 67.9% 오르게 된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5일 이런 내용의 자동차세(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가액 1000만원 이하는 자동차가액의 1000분의 4 ▲1000만원 초과 2000만원 이하는 4만원+(1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9) ▲2000만원 초과 3000만원 이하는 13만원+(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15) ▲3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는 28만원+(3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20) ▲5000만원 초과는 68만원+(5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25)에 따라 내게 된다.

심 의원은 “현행법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배기량이 낮으면서도 성능이 더 좋고 가격이 비싼 자동차의 소유자가 성능이 낮은 저가의 자동차 소유자보다 오히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조세부담의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여야 모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여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심 의원의 개정안에 야당인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찬성자로 서명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통상마찰 우려로 이번 개정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국산차의 국내 점유율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국산차 대부분의 자동차세가 줄어드는 만큼 지방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자동차세는 보유세이기 때문에 기존에 수입차를 구입했던 소유자들이 갑자기 세금폭탄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높은 수입차의 유지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수입차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존에 수입차를 구매했던 소유자들도 유지비 부담을 우려해 중고차 판매에 나설 경우 수입차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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