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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 논란···‘세율’ 아닌 ‘세원’이 문제

법인세 인상 논란···‘세율’ 아닌 ‘세원’이 문제

등록 2016.06.08 07:40

현상철

  기자

법인세 3% 오르면 소비자 부담 1조2000억원 늘어직장인·법인 절반이 면세자···세율 조정 전에 세원 확보돼야

사진 = 뉴스웨이DB사진 = 뉴스웨이DB

20대 국회 초반 법인세 인상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법인세를 올리면 당장 세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동시에 ‘세금’을 더 낸 기업은 투자를 줄이는 등 부작용도 존재한다. 어느 결정이 내려지든 우리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논의의 초점이 법인세율 인상으로 맞춰져 있지만, 정작 ‘증세’에 앞서 논의돼야 할 것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원칙으로 한 조세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법인세 부담은 소비자도 진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법인세 인상안은 이명박 정부 시절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춘 세율을 다시 올리자는 게 핵심이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에서의 대상은 과세표준 기준금액이 2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인 상위 0.7%(약 1000여개)다. 이들에게 추가되는 세부담 규모는 약 3조6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하나의 세금은 단 하나의 세원(대상)만을 의미한다. 세원이 세금을 내기까지 유기적으로 얽힌 다른 경제주체들과의 과정은 생략된 채 금액만 과장된다. 세율이 움직인다는 것은 다른 경제주체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법인세 인상은 생산비용과 재화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 이는 곧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세부담은 31~35% 수준으로 추정된다. 법인세가 인상돼 기업이 1조원의 세금을 더 낸다면 이 중 3500억원은 소비자가 냈다는 뜻이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대로 법인세가 인상되면 약 1조2600억원이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오게 되는 셈이다.

경제성장률도 갉아먹을 공산이 크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경제성장률이 최대 1.13%포인트 떨어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 韓 법인세 높나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다. OECD 중 20위 수준이다. 대기업 실효세율은 18.9%, 중소기업은 12.6% 정도다. 실효세율이 낮은 것은 연구개발비용 등에 대한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최고세율로만 보면 미국(35%)이나 프랑스(34.4%) 등과 비교해 낮지만, 기업의 세부담은 적다고 할 수 없다. 정부가 비과세감면 정비를 추진하면서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0.4%포인트 상승했다.

또 OEC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법인세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28개국 중 5번째로 높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법인세율이 13%포인트 높지만 2.3%를 차지한다. 총 조세 중 법인세 비중은 14%로 27개국 중 두 번째로 높다. 반면,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5.4%로 22번째다.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 20여년간 OECD 국가들은 법인세율을 평균 10%포인트 이상 낮췄다. 2007년 이후 20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했다.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했다. 버거킹이 2014년 캐나다로 이전한 데 이어 구글·애플 등의 기업은 조세회피처를 활용하고 있다.

◇ 세율이 아닌 세원의 문제다
우리나라 세원는 상당부분 왜곡돼 있다.

지난해 전체 직장인 절반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세법 적용 당시 23.7%였던 면세자 비중은 2014년 세법 적용 이후 45.7%로 급증했다. ‘연말정산 파동’으로 추가 보완책이 적용되자 48.2%까지 증가했다.

법인세 신고 의무 법인 중 47.3%도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다. 반대로 상위 대기업 0.1%가 법인세의 64% 가량을 내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인사청문회 당시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을 피력한 이유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법인세를 예로 들면, 개인사업자의 연소득이 1억5000만원을 넘을 경우 38%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 법인은 2억원 이하 시 10%만 내면 된다. 매년 2억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개인사업자가 법인으로 전환하면 28%포인트 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원이 탄탄하게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계층에 속한 집단에 대한 세율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세원에 대한 세율변동이 다른 경제주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는 기업 세금이고 기업은 개인보다 부자’라는 여론 확대로 법인 부담을 강화해 서민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정치적 논리가 나오고 있다”며 “법인세는 소비자가 약 30%를 부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법인세 인상은 오히려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세율의 문제가 아닌 세원의 문제”라며 “조세수입이 탄탄해지려면 결국 세원이 넓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세원을 넓히는 방안으로는 우선 정책목표를 달성한 비과세감면 폐지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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