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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른 게임사들

오피니언 기자수첩

[이어진의 테크수다]‘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른 게임사들

등록 2021.03.16 10:26

수정 2021.03.16 10:39

이어진

  기자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른 게임사들 기사의 사진

올해 초부터 게임업계가 뜨겁다. 이벤트 차별로 시작한 논란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불 붙었다. 게이머들은 트럭시위에 나섰다. 자발적 유저 간담회도 열었다. 주요 커뮤니티 등지선 게임사를 비판하는 ‘밈’들이 넘쳐난다. ‘갓겜’으로의 망명도 이어진다.

게이머들의 동시 다발적 집단반발은 유례가 없다. 특정 게임의 반발은 많았지만 업계 전체가 들썩일 정도는 처음이다.

지난 정부 시절 행보와도 상반된다. 술, 마약, 도박에 이어 4대 악으로 취급하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게이머들은 업계를 옹호했다. 셧다운제 도입 논란에도 ‘게임은 문화’라며 반발했던 게이머들 행보와는 상반된다.

근본 원인은 게임사다. 과도한 수익성 찾기가 1차적 원인이다.

게임업계는 사실상 규제 프리존이다. 뜨거운 감자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2015년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이후 게임사는 자율규제 하에 유료 아이템 확률만 공개한다. 유무료 아이템 융합, 강화 확률은 공개 대상이 아니다.

자율규제 하에서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리니지2M의 아이템의 확률은 그림파일로 공개된다. 글자를 검색, 해당 아이템을 찾을 수 없다. 수백여개 이상에 달하는 아이템 확률을 다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게이머들이 가장 들끓고 있는 메이플스토리는 확률 공개라는 초강수를 뒀다가 하루도 안 돼 역풍을 맞았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보스 몬스터 공격 데미지 증가’ 3중첩 불가 사실을 10년째 공지 안했다. 게이머들은 수천만원 들여도 해당 옵션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10년간 몰랐다.

다수 게이머들은 자신이 수년 이상 좋아하던 게임사들이 기만했단 사실을 알게 되며 분노했고 “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이에 집단 반발, 트럭시위 등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통 역시 문제다. 이벤트 중단, 확률형 아이템 등 논란 이후 나온 사과문은 오히려 비판하는 ‘밈’이 됐다. 일부 사과문은 게이머와 법적 공방 시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을 수정했단 의혹도 나왔다.

마비노기는 관련 논란에 유저간담회가 14시간 진행됐다. 유저간담회는 게임사가 게이머와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 행사다. 14시간 간담회는 사상 초유다. 하지만 핵심 질문엔 즉답을 피하며 실망했다는 평가가 다수다. 운영진은 게임 재산 가치를 존중하는 패치를 진행했지만 수익성 탓에 일부 아이템을 하향조정했단 걸 시인하기도 했다. 14시간 유저간담회는 오히려 논란만 키웠다.

메이플스토리는 게임사가 선정한 게이머 대표들을 내달 유저간담회에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게이머들은 이에 불신, 자발적 유저간담회를 마련해 운영진을 초청했다. 하지만 지난주 일요일에 진행된 간담회엔 회사 임직원 단 한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게이머들은 “이럴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게이머들은 더 이상 ‘봉’이 아니다. “접으면 되지”라는 마인드 보단 자신이 소비한 콘텐츠, 서비스에 A/S를 원한다. ‘게임은 서비스 중 하나’, ‘게이머는 소비자’라는 인식이다. 인터넷을 통해 뭉치고 시위 등 행동으로도 이어진다.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오더’의 경우 한 게이머가 유저간담회서 논란이 이어질 시 주식을 사서 주총서 질의하겠다고 발언했다는 사실은 화제가 됐다.

최근 연봉 인상 릴레이를 벌이고 있는 게임사들은 지난해 호실적을 올렸다. 3N은 각사 모두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최초 매출 3조 시대를 열었다. 최대 매출에 성과급 잔치도 이어졌다. 그 잔치는 모두 게이머 덕분이다. 성과급과 올해 인상된 연봉을 가져다 준 건 ‘핵고래’건 ‘무소과금’이건 모두 게이머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기고 돈을 쏟아 붓고 업체를 보호하게 된 것은 신뢰다. 행복하게 즐기는 게임을 더 즐겁게 만들어줄거란 믿음이다.

하지만 해외 게이머와의 차별, 10년간의 침묵, 변동확률 가능성 등 기만했다는 사실, 혹은 의혹으로 신뢰는 땅으로 추락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이 아닌가 싶다.

한번 추락한 신뢰를 높이긴 어렵지만 회복 첫 단계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다. 귀를 기울이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할 부분은 ‘제대로’ 사과부터 해야 한다. 잇단 사과에도 ‘4과문’이라 평가한다는 점을 되짚어봐야 한다. 실적 잔치를 올리게 된 것은 게임사 노력 외에 게이머의 신뢰라는 걸 곱씹어 봐야 할 때다. 다시 언급하지만 게임사 직원들의 월급은 게이머로부터 나온다.

뉴스웨이 이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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