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VCM 예년보다 보름 앞당겨 개최“미래는 과거에 없다”며 더 강한 혁신 당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일 열린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회의)에서 그룹 사장단에게 미래 관점의 투자와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올 초 VCM에서 언급한 ‘생존에 급급해하지 말고 혁신 성장에 주력해 달라’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면서도 더 강도 높은 변화를 주문한 것이다.
VCM은 2018년부터 매년 상, 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롯데그룹의 ‘사장단회의’다. 상반기에는 전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새해 목표를 공유하며 하반기에는 계열사별 성과를 논의하는 자리가 된다. 이번 회의에는 신 회장과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식품·유통·화학·호텔&서비스 등 4개 부문 BU(비즈니스 유닛)장, 각 계열사 대표·임원 등 130여 명의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 해 그룹의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예년보다 일찍 열렸다. 롯데그룹은 1월과 7월 15일을 전후에 상·하반기 VCM을 열어왔는데, 올해는 회의 날짜를 예년보다 보름 여 앞당겼다. 그 만큼 그룹의 현재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신 회장의 고민이 깊다는 방증이다.
신 회장은 올 초 열린 상반기 VCM에 이어 이번 하반기 VCM에서도 ‘혁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여러 차례 생존과 위기에 대해 언급했다면 올해 들어 중장기 계획과 미래 비전 수립 등 혁신 성장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해 VCM에서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우리 그룹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 등의 질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올 초 VCM에서는 “5년 후, 10년 후 회사의 모습을 임직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 관점에서 비전을 수립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지 수시로 재점검해야 한다”며 미래를 강조하는 한편 우리에겐 ‘위기 극복 DNA’가 분명히 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번 하반기 VCM 역시 신 회장은 상반기 회의 때와 비슷한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과거보다 미래를 생각해달라’며 혁신과 변화의 강도가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이뤄지길 당부했다.
신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사장단에게 “실적은 개선되는 추세”라고 격려하면서도 “저와 CEO 여러분이 변화와 혁신을 위해 더욱 솔선수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또 “(현 상황에서는) 거의 성공 방식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은 실패를 숨기는 것,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실패조차 없는 것” 등 적극적인 도전 자세와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그룹 사업 고도화의 중요성도 일깨웠다. 그는 “신사업 발굴 및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이 발언이 이커머스를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이번 회의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롯데가 발을 뺀 직후 열린 만큼, 롯데그룹 유통업의 방향성에 대해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실제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이커머스 전략이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 회장의 이 발언이 유통BU의 신사업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강희태 유통BU장 부회장도 사내망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외형 성장보다는 시너지 창출을 위한 투자가 중요하다’,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몰로 차별화 하겠다’ 등 신 회장과 같은 맥락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VCM에서 ESG경영 선포식을 열었고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미래형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신 회장은 “보여주기식 ESG 경영은 지양하라”며 “모든 의사결정에 ESG 요소가 적용될 수 있도록 CEO부터 모든 임직원까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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