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치 공사비 밀렸는데 가처분인용에 분양계약 총회 무산조합, 내홍에 수차례 파행···집행부‧대의원회 기능 약화직무대행체제에선 절차 복잡···조합원發 총회소집 필요 관측도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조1구역은 지난 3일로 예정했던 임시총회를 열지 못했다. 법원이 조합원 A씨가 제기한 총회개최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총회 개최를 공고한 조합장 당선자 B씨가 총회를 개최할 권한이 없다는 A씨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
법원은 대조1구역이 직무대행체제라는 점에 주목했다. 앞서 9월 B씨는 조합선거에서 조합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아직 직무대행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지 못해 정식 취임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총회 개최권한 또한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당초 조합은 지난 3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원 분양계약 체결 승인 건 ▲부담금 대출 금융기관 선정 건 ▲조합 사업비 추경예산 및 수입예산 변경 승인 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및 상환방법 승인 건 등 4개의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대조1구역은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 88번지 일대 11만2000㎡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재개발 후엔 지하 4층~지상 25층 총 28개동 2451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선다. 시공사는 현대건설로 공사비는 약 5800억원 규모다.
업계에선 대조1구역의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앞서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조합으로 보낸 공문을 통해 오는 12월20일까지 공사비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조1구역은 지난해 9월 착공승인을 받고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시공사는 조합으로부터 한 푼의 공사비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조합원들은 현 사태의 배경으로 조합의 오래된 내분을 꼽는다. 조합장이 해임되고 다시 당선되는 파행을 거듭하면서 조합이 해야할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 못했다는 것. 실제로 지난 9월 총회에서도 조합장만 선출됐을 뿐 이사와 감사, 대의원들은 모두 연임에 실패했다. 조합장에 대해서도 선출을 결의한 총회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황이다.
조합원 C씨는 "조합 내 권력 다툼과 공사비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2017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를 선정한 후 5년 간 착공을 하지 못했다"면서 "지난해 첫 삽을 뜨면서 한숨 돌리나 했는데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문제는 B씨 주도로는 연내에 총회를 다시 개최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것이다. 총회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A씨가 B씨의 조합장 선출 총회 결의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B씨가 당선인 자격을 잃거나 소송이 길어지면 공사비 지급을 위한 '분양계약 체결' 총회를 열기 어렵게 된다.
업계관계자들은 공사 중단을 막으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총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소송으로 인해 조합장 등 집행부 공백이 우려되는 현재로선 조합원 25%를 모아 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꼽힌다. 직무대행자가 법원에 총회 개최 필요성을 밝히고 총회 개최의 직권상정을 할 수도 있지만 절차 진행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대규모 자금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임시직인 직무대행에겐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공사가 중단되면 조합은 이에 대한 손해를 떠안는 것은 물론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까지 떠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덕재 법무법인YK 변호사는 "(대조1구역의 경우)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을 겪은 것도 아니고 조합 내부 사정 때문에 정당한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 경우 공사대금 청구소송과 함께 지연이자까지 청구할 수 있고, 유치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은 조합에서 공사비 계약을 파기하는 등 갈등을 빚은 끝에 시공사업단이 2022년 4월부터 10월까지 약 6개월 간 공사를 중단했다. 공사가 재개된 후엔 사업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등으로 인해 평균 4000만원 수준이던 분담금이 1억2800만원으로 늘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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