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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변상이 기자
등록 :
2020-10-08 08:18

수정 :
2020-10-08 09:03

최악 위기에 또 실적 최고치 찍는 LG생건 차석용 …신동빈도 ‘벤치마킹’

2005년 취임 이래 사드·코로나에도 최대 실적 경신
과감한 포트폴리오 재편·M&A로 사업 확대·리스크↓
신동빈, 임원진에 차석용 경영전략 담은 책 추천

그래픽=박혜수 기자

LG생활건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성장세를 이어가며 ‘차석용 매직’이 재조명 받고 있다.

차 부회장은 2005년 부임 이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코로나19 등 여러 위기 속에서도 회사를 지속 성장시키며 업계 1위에 올려놨다. 회사 안팎에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과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조정 등 과감하면서도 세밀함을 놓치지 않는 차 부회장의 경영 전략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재계에서도 신중한 경영자 중 손꼽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차 부회장의 경영 전략에 관심을 보이는 등 재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5년 LG생건 살릴 구원투수로 영입…16년 연속 성장 = 차 부회장은 올해로 16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LG그룹 내 최장수 CEO일뿐만 아니라 2011년 외부 영입 경영인 중 처음으로 부회장에 올랐다. 2018년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이 점차 젊어지며 60대 CEO들이 차례로 은퇴하고 있으나 차 부회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0년 대 초반 LG화학에서 분리된 LG생활건강은 화장품업계의 치열한 경쟁에 밀려 3년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2004년 영업이익율이 5%대로 떨어지면서 LG생활건강은 회사를 살릴 구원투수로 차 부회장을 영입했다.

차 부회장은 부임하자마자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 과감한 행보에 나섰다. 우선 회사의 비전을 ‘국내 최고의 창의적인 소비자 마케팅회사’를 설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강력한 사업·브랜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은 화장품보다는 생활용품 사업의 비중이 더 컸는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생활용품 사업을 프리미엄화 하는 동시에 회사 내 비중을 줄여나갔다.

그는 구조조정에만 머물지 않고 곧장 M&A에 눈을 돌려 사업 확대에도 나섰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코카콜라’ 인수에 성공하면서 국내 사업권을 확보하며 처음으로 음료 사업에 뛰어들었다. 화장품 사업의 경우 여름이 비시즌인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음료 사업을 통해 회사 포트폴리오를 화장품·생활용품·음료로 확대한 것이다.

이어 차 부회장은 다이아몬드샘물(2009년), 더페이스샵·한국음료(2010년), 해태음료(2011년), CNP코스메틱스(2014년), 제니스(2015년), 태극제약·LG화학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문(2017년) 등을 사들였다.

◇M&A로 사업 보완…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내진 설계 = 과감한 투자로 사업 ‘삼각편대’ 구도를 완성한 LG생활건강은 여러 리스크에도 흔들리지 않고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6년 중국의 ‘사드 사태’로 국내 화장품업체 대다수가 직격탄을 맞았으나 LG생활건강은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가며 당시 업계 1위였던 아모레퍼시픽을 넘어섰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주요 제조사가 모두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이어가는 중이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의 연간 매출액은 2005년 1조392억원에서 지난해 7조6854억원으로 7.4배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17억원에서 1조1764억원으로 16.4배 성장했다. 시가총액 역시 4000억원대에서 현재 2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도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꺾일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도 깼다. LG생활건강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1% 증가한 637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반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만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한 3조 6795억원에 그쳤으나 20% 이상 줄어든 아모레퍼시픽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가올 3분기도 호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증권가 컨세서스에 따르면 LG생건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간와 비슷한 3120억원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률이 1.3%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치고 생활용품 부문의 수익성이 3.2%포인트 개선되면서 전체 영업이익률도 지난해와 유사한 15.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도 ‘차석용 배우자’…공격 경영 예고 = 차 부회장의 이 같은 리더십은 최근 신동빈 회장이 그의 경영 철학을 담은 책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 받았다.

신 회장은 최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임원들에게 연휴 기간 읽을 만한 책으로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 교수의 ‘그로잉 업(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을 추천했다. 이 책은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을 재건하고 성장시킨 전략을 담고 있다.

그룹 총수인 신 회장이 다른 그룹의 성공사례를 담은 이 책을 임원들에게 직접 추천하면서 롯데그룹이 LG생활건강의 전략을 ‘벤치마킹’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두드려 본 돌다리도 건너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수경영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 부임 이후에야 여러 M&A를 추진하긴 했으나, 신 회장 역시 국내 재벌 총수 가운데에서도 보수적인 경영 철학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수년간의 위기에 흔들리자 최근 들어 과감한 쇄신 방안을 꺼내들며 여러 차례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차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담은 책을 추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신 회장은 이미 여러 차례 그룹 내 사업 재점검을 주문하며 임원진의 변화를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지난 7월 하반기 VCM(사장단회의)에서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너무 위축되지 말고,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 달라”고 언급했고, 지난달 화상 주간회의에서는 “롯데는 선도 기업이지만 계열사들의 목표는 비현실적이고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향후 롯데그룹 역시 LG생활건강과 마찬가지로 과감한 M&A와 사업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 회장은 최근 미국 본토 내 두 번째 호텔인 롯데호텔 시애틀을 오픈하고 롯데호텔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으며, 두산솔루스를 품은 스카이레이크에 29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하며 배터리 사업 강화에도 나섰다. 주력사업인 유통업을 하는 롯데쇼핑은 200개 매장을 정리하고 효율화에 돌입했다.

정혜인 기자 hij@
변상이 기자 bse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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