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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장관 전세난 사실상 묵인

[뉴스분석]유일호 장관 전세난 사실상 묵인

등록 2015.09.03 16:32

김성배

  기자

9·2대책, 재건축 활성화 일색임대주택 공급확대 방안은 부족

유일호 장관 전세난 사실상 묵인 기사의 사진

국토교통부가 2일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 방안에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업성을 높이고 행절 절차를 간소화해 민간 도시 정비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가 더 빨라지면 그만큼 이주수요가 늘어 최근 전·월세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서는 공급확대가 최선이지만 내년에 추가되는 임대주택 물량이 1만1000여 가구에 그쳐 전월세난 해소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더욱이 서민들의 전세자금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저리 대출이나 전월세상한제 등은 대책에서 쏙 빠져 있어 주거 안정대책이라기 보다 사실상 강남 등 재건축 촉진 대책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까지 시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일호 국토부 장관이 직접 발표한 이번 주거안정대책에는 건설업계에서 제도 개선을 거듭 요구했던 재건축 관련 제도개선 사항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할 때 지금은 전체 아파트 소유자 4분의 3 이상, 동(棟)별로도 3분의 2 이상 가구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는 동별 동의 요건을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하고 면적 기준을 삭제했다. 이렇게 되면 단지 내 상가 소유자 등이 보상비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알박기’를 방지해 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사업 용지 또는 용지 안에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을 조성해 정부와 지자체에 무상으로 내놓는 기부채납은 일부를 돈(현금)으로 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조합이 그만큼 사업 부지를 더 쓸 수 있고 일반분양 물량을 늘릴 수 있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준주거·상업지역에 짓는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전체 바닥면적의 일정 비율을 오피스 텔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 재개발·재건축 사업 용적률을 높여준 대가로 지자체가 표 준건축비만 내고 가져가는 임대주택도 분양 전환 임대일 경우 5년 공공임대는 땅값의 50%, 10년 공공임대는 30% 정도를 조합에 보상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런 방안들은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더 달아오르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가뜩이나 재건축 이주 여파로 최근 들썩이고 있는 서울 강남권 등 전월세 시장엔 단기적으로 독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비사업 요건 완화로 그간 주민 동의를 받기 쉽지 않아 지지부진 했던 압구정이나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반시설 기부채납을 현금 납부로 바꿀 수 있게 한 것은 강남 3구 재건축 사업 속도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다.

전월세 대책 단골메뉴인 전월세 자금 대출 확대안이 빠진 점도 이번 조치가 서민주거안정 대책이냐는 의구심을 품게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11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를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당장 가파르게 오르기만 하는 보증금이나 월세 등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을 외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야당에서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도 정부 대책에서 빠져 있다.

뿐만 아니다. 가장 핵심인 ‘임대주택 공급확대안’은 실효성 자체가 의문시 되고 있다. 실제로 리모델링 임대사업(3000가구)과 뉴스테이(2만 가구) 등은 전체 공급물량이 올해(1~7월) 전국 월 평균 전월세 거래량(12만7700건)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입주 가능한 중·장기 대책이어서 이달부터 본격화된 가을 이사철 전세난 해소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일호 장관을 비롯한 국토부가 전세대책을 내놓은 게 아니라 전세난을 사실상 용인하거나 되레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물량 확대안이 극히 한정적인 점을 들어 월세대책에 가깝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실제로 유일호 장관도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현재 월세로의 문제는 전세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를 어떻게 잘 조절하는 것이 대책의 중심”이라며 “그렇게 본다면 오늘 발표된 대책에 상당부분 포함이 된다”고 말해 전세보다 월세대책에 가깝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난을 잡기 위해선 정공법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월세 수요자들에게 임차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한편 그들이 집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공유형 모기지 등을 확대해 전세가 아닌 매매로 전환을 유도하는 대책도 동시에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세난이 심한 도심권 등엔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는 한편 특히 천정부지인 전셋값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도 신중하게 고려해야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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