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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에 갈린 해운 여걸 2인의 운명

‘소탐대실’에 갈린 해운 여걸 2인의 운명

등록 2016.06.15 10:42

정백현

  기자

현정은 회장, 회사 살리려 기꺼이 자산 포기최은영 전 회장, 개인 손해 줄이려다 물의위기 기업 회생 위한다면 책임의식 강화해야

한 때 해운업계 전체를 호령했다가 벼랑 끝으로 몰렸던 ‘여걸 2인방’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운명이 너무도 다른 모습으로 갈라지게 됐다. 두 사람의 달라진 운명은 하나의 사자성어로 풀이할 수 있다. 바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현 회장은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잃으면서도 생존의 위기에 몰렸던 현대상선을 사실상 구해냈다. 반면 최 전 회장은 손해를 면하기 위해 수를 쓰다 결국 회사의 경영과 자신의 안위 등 모든 부문에서 벼랑 끝으로 추락하게 됐다.

‘소탐대실’에 갈린 해운 여걸 2인의 운명 기사의 사진

두 사람의 인생 여정은 너무나 닮은 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탄탄한 기업가 집안의 딸로 태어나 대기업 오너의 며느리가 됐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해운회사의 CEO로 활약한 점 등이 똑같다.

두 사람의 운명은 2010년대 초반부터 어두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8년 리먼 쇼크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영 상황이 꽤 탄탄했지만 리먼 쇼크 이후 글로벌 해운업계의 시황이 악화되면서 회사의 경영 사정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흑자를 기록하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경영 실적은 나란히 적자로 돌아섰고 넉넉했던 회사의 금고도 비기 시작했다. 결국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나란히 2013년 말 유동성 위기 회복을 위한 자구계획 수립과 실천에 나섰다.

비슷했던 두 여걸의 운명은 이때부터 달라졌다. 현 회장은 현대증권 등 기존의 그룹 자산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의 얼이 담긴 현대상선을 지키려 했다. 반면 최 전 회장은 계열분리의 꿈을 접고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기게 된다.

물론 최 전 회장이 조 회장에게로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긴 것에는 육운-해운-항공 물류산업의 일원화로 시너지 효과 창출을 꿈꿨던 조 회장 측의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의 손을 떠나던 시점의 한진해운은 이미 절반 이상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의 정상화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그룹의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던 현대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의 사재를 기꺼이 내놓기도 했다. 자신과 그룹 임원들의 거취를 채권단에게 맡기기도 했다. 그야말로 ‘사즉생’ 정신을 그대로 실천했다.

그 결과 현대상선은 극적 회생에 성공했다.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성공해 3년 반에 걸쳐 지급할 예정이던 용선료 약 2조5000억원 중 약 5300억원을 아끼는 성과를 냈다. 고통 분담을 호소한 끝에 이해관계자들과의 채무조정에도 성공해 정상화 동력을 얻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 완료와 용선료 조정 협상 성공, 출자 전환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400% 밑으로 떨어뜨리게 돼 선박 펀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게 됐다. 한때 법정관리 추진과 회사 청산설까지 번졌던 상황에 비하면 기적적인 회생으로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현정은 회장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달라졌다. 그룹의 덩치는 화려했던 과거에 비해 확연히 줄었고 자신의 보유 자산도 상당수 포기하게 됐지만 알짜 사업을 더 키우는 쪽으로 회사 경영의 방향타를 돌리면서 ‘책임 있는 경영자’로서의 모습이 부각되게 됐다.

반면 최은영 전 회장은 비참하게 추락하고 말았다. 단순한 부실 키우기의 책임을 넘어 도덕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시숙 조양호 회장이 ‘무급경영’ 선언을 한 것과 달리 최 전 회장은 회사가 어려운 순간에도 급여와 배당금, 퇴직금을 꼬박꼬박 챙기면서 회사의 고통을 모르쇠로 일관했는 비난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 전 회장을 ‘난파선을 버리고 나온 선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한진해운 자율협약 체결 후 미칠 주식 가치의 손해를 우려해 미공개 정보를 취득한 뒤 이를 주식 처분 과정에 이용했다는 혐의에 휘말렸고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해운업계 CEO에서 범법자로 몰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년에 불과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회장과 최 전 회장의 엇갈린 운명은 회사 오너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일로 위기 상황에서 재벌 총수들이 책임의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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