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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OOO님~’ ···재계에 부는 ‘직급파괴·복장파괴’ 바람

삼성전자도 ‘OOO님~’ ···재계에 부는 ‘직급파괴·복장파괴’ 바람

등록 2017.02.10 10:42

수정 2017.02.10 11:01

강길홍

  기자

삼성전자, 다음달 직급체계 개편 ‘님’ 호칭한화·금호아시아나, 잇달아 복장자율화수평적·창의적 조직문화 만드려는 시도형식적 제도도입보다 장기적 계획 필요

한화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비즈니스캐주얼 제도 시행에 따라 자유로운 복장으로 사옥을 오가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한화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비즈니스캐주얼 제도 시행에 따라 자유로운 복장으로 사옥을 오가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직급을 단순화하고 호칭을 파괴하거나 정장 대신 자유로운 복장을 입고 출근하도록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사회의 수직적 기업 문화를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문화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다.

◆‘부장님’ 대신 ‘○○○님’으로 불러=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1일부터 기존의 7단계였던 직급을 4단계로 단순화한다. 직원 간 호칭은 ‘○○○님’ 등으로 통일한다.

삼성전자의 직급파괴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창의적,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시도다. 지난해 6월 인사제도 개편 방안을 밝히고 올해 3월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 영향으로 사장단 인사가 미뤄지고 있지만 직원 승격은 사장단 인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예정대로 시행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6월에 이미 계획을 확정해 준비해오고 있었던 사안인 만큼 차질 없이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까지 연기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월부터 삼성전자의 직급 단계는 기존 7단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른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로 전환된다. 경력개발 단계는 4단계(CL1~CL4)로 구분된다.

임직원 간 공통 호칭은 기본적으로 ‘○○○님’을 사용하게 되지만 부서별 업무 성격에 따라 ‘프로’ ‘선후배님’ ‘영어 이름’ 등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 팀장·그룹장·파트장·임원은 직책으로 호칭한다.

삼성전자 이후 다른 계열사로도 직급파괴 문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들이 업종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제일기획의 경우 이미 ‘프로’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 앞서 이미 다양한 기업들이 이같은 시도를 진행했다. 국내 대기업의 직급파괴는 지난 2006년 SK텔레콤이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직급을 팀장과 매니저로 단순화하면서 조직의 탄력성과 직원의 창의성을 끌어올리려고 시도했다. SK텔레콤의 직급파괴는 10년을 넘기면서 정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CJ그룹은 2000년 1월부터 모든 임직원이 서로를 ‘○○○님’으로 부르도록 하는 ‘호칭파괴’를 시도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CJ그룹 임직원들은 이재현 회장도 ‘이재현님’이라고 부른다.

CJ그룹의 호칭파괴는 창조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이재현 회장의 결단이었다. 이후 CJ그룹이 다양한 신규 사업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올린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평가다.

◆정장바지 대시 면바지 입고 출근=임직원의 창의성을 키우고 자율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복장자율화를 시도하는 기업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일부터 모든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비즈니스캐주얼’ 복장을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10년부터 매주 금요일을 ‘패밀리데이’로 지정하고 복장자율화를 시행했는데 이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게 됐다.

임직원들이 일상적인 편안함을 느끼도록 해 업무효율은 높인다는 취지다.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올해 경영 방침인 ‘4차 산업사회 선도’를 위해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창립 64주년을 맞아 ‘젊은 한화’를 선언하며 안식월 휴가, 유연근무제, 복장자율화 등을 도입했다.

한화그룹이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특히 업무성격에 따라 정장대신 자유로운 복장을 입을 수 있도록 하면서 젊은 직원들의 호응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한 직원은 “아침마다 넥타이 고르는 시간을 줄인 것만으로도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평문화 구축까지는 갈 길 멀어=국내 대기업들이 호칭·직급을 파괴하고 복장자율화 등 수평적인 기업 문화 구축에 나서는 것은 재계 3·4세대로 내려오면서 비교적 젊은 오너가 등장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초로 호칭파괴를 시도한 CJ그룹도 3세인 이재현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시작됐고, 삼성전자 역시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인사제도 개편을 시행하게 됐다.

이를 통해 자율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고 임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직급파괴 등의 시도가 그동안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한화그룹은 2012년 말 직급을 없애고 모든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했지만 2015년 3월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대외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상대쪽이 불편해 했다”며 “이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와서 결국 원래대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주식회사 역시 현재 PL(프로젝트 리더)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외부활동이 많은 직원들의 경우 명함에 기존처럼 부장·차장 등의 직급을 새겨 사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직급을 없애도 입사 선후배 등 서열을 따지는 한국사회의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직급·호칭·복장 등을 파괴하는 형식적인 제도 도입보다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갖추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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