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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구호만?···규제 철벽부터 허물어라

[신년기획]혁신성장 구호만?···규제 철벽부터 허물어라

등록 2018.01.01 07:00

수정 2018.01.01 07:50

주혜린

  기자

세계 100대 혁신사업 중 57개 사업 불가능···44개 규제 때문규제프리존특별법 등 묶여있는 상황···‘규제 샌드박스’ 실효성 의문법인세율, 원격 진료 서비스 도입, 은산분리 등 기업 부담

김동연 부총리 중소 및 중견기업 혁신성장 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김동연 부총리 중소 및 중견기업 혁신성장 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정부가 혁신성장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이번 성장전략의 성패는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하에 규제완화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등 실질적으로 완화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12월27일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혁신성장의 경우 규제완화를 통한 제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성장동력 핵심 선도사업 및 혁신기업 생태계를 육성하여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자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규제 샌드박스’라는 규제 완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규제 샌드박스’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규제를 면제, 유예해서 테스트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당장 법령 개정 없이도 신사업이나 신기술을 추진할 수 있는 길목을 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마다 ‘규제 전봇대’, ‘손톱 밑 가시’ 등 규제 완화 슬로건을 내놨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규제 샌드박스’ 또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이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신산업분야의 규제 완화와 관련된 법안들이 줄줄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개최한 워크숍에서 한 기업인은 세계 100대 혁신사업 가운데 한국에선 57개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중 44개가 규제 때문이다. 이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각종 공식석상에서 “정해진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규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협회 등 벤처단체들도 최근 ‘혁신벤처 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벤처 활동을 막는 규제를 혁파하면 2022년까지 좋은 일자리 200만개를 새로 만들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들은 ‘기업애로 핵심규제’로 입지규제, 고용규제, 환경규제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산업정책이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혁신성장’에 역행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지부진한 규제완화를 서둘러 이행해 혁신을 견인할 기업투자를 유도해야 할 시기인데, 이에 역행하는 정책들이 나오면서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시장에 혼선을 주는 정책 시그널이 아닌, 규제 완화를 조속히 이행해 기업투자를 유도해야 할 시기라고도 충고한다.

특히 시장에 혼선을 주는 대표적인 시그널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지목했다. 한 경제연구원은 “다른 나라들은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펴고 있다”며 “한국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원격 진료와 자율주행차 등 핵심 4차 산업혁명 추진 과제의 법제도 정비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원격 진료 서비스 도입’은 의료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충돌로 사회적 합의없이 수년째 공회전만 거듭돼왔던 대표적인 규제개선안이다. 또 정부의 또다른 4차산업 혁명 제도정비방안인 ‘혁신 금융사업자에 대한 시범인가’ 등도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쟁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대한 업계의 우려심도 규제 문제와 관련된다. 정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현재 7% 수준에서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신규설비 48.7GW를 추가해 2030년께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는 63.8GW 규모로 확대된다.

신규 설비 가운데 60%가량인 28.8GW를 발전회사의 대규모 사업을 통해 충당된다. 이에 민간 발전업계는 정부 기조에 일단 호응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업계는 “규제완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쉽지 않은 목표량”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인허가 과정 등 각종 규제 문제와 지역 수용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발전은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에 비해 1기당 발전 용량이 아주 작다”면서 “산술적으로 계산해봐도 발전소 개수가 크게 늘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인허가 기간과 주민 민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도 최근 은산분리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막는 규제를 말한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최대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고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경우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한 경제정책연구원은 “금융서비스 같은 경우 점점 국제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인터넷은행 하나도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자주 논하면서 해당 분야 규제를 안 풀어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료 업계 또한 유전체 검사 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고가의 유전체 분석 장비 매입을 적극 지원하고 유전체 분석 기업을 설립하는 등 유전체 빅데이터를 모으는 데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며 “기술이 한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조건에서도 규모의 차이 때문에 경쟁하기 쉽지 않은데 한국은 유전자 검사 항목을 제한해 족쇄까지 채워놨다”며 “정밀 의료, 맞춤형 의료를 위해서는 유전체 검사 규제를 적어도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2018년 신년사에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정부에 조언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28일 “기업이 새롭게 일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게 하는 개방형 체제로 규제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중국에서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하겠다’는 수준의 규제혁파를 해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경제부총리 혼자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의 강력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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