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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평생보증’ 내건 삼성 가전의 과한포장

오피니언 기자수첩

[김정훈의 인더스트리]‘평생보증’ 내건 삼성 가전의 과한포장

등록 2021.03.22 10:01

수정 2021.03.23 16:17

김정훈

  기자

reporter
삼성이 생활가전에 ‘평생보증’ 마케팅을 내밀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최근 비스포크(맞춤형 가전) 신제품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러한 카드를 꺼냈다. 평생보증 대상은 가전에 들어가는 인버터 컴프레셔 및 모터 부품이다.

처음 들었을 땐 참신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무상보증 기간을 3~4년이 아닌 폐차 직전까지 늘려주겠다는 것 아닌가.

평생보증은 말그대로 신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사용기간 내내 무상으로 보증해준다는 뜻이다. 전자업계 표준인 10년을 훌쩍 뛰어넘는 보증 확대 제안은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내세운 평생보증 마케팅을 보면서 의문도 생겼다. 집안에서 사용하는 생활가전은 교체 주기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은 오래 쓰면 10년이다. 요즘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한 제품을 10년 넘게 쓰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아보는 게 쉽진 않다.

이사할 때마다 가전을 바꾸는 직장인들도 많다. 고장이 안나더라도 다른 제품을 써보고 싶어 교체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해당 부품에 대한 품질 자신감을 바탕으로 무상수리 기간을 기존 10년(건조기는 12년)에서 과감하게 늘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가전 사용주기를 고려하면 삼성의 평생보증 마케팅은 마치 ‘생색내기’ 같아 보였다.

기술 진화가 빠르고 제품 교체 주기가 빨라지는 시장 트렌드를 볼 때 평생보증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삼성 생활가전사업부가 가전 교체 주기를 잘 알면서 다소 과한 마케팅을 꺼내 들었다는 생각도 해봤다.

가전 사용주기는 10년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전자업계에선 10년 보증이 일반화돼 있다.

가전 업계에선 무상보증 기간이 평균 10년이 된 배경엔 고객들이 해당 부품에 기대하는 수명이 그 정도여서다. “왜 10년밖에 보증을 안해주느냐”는 고객 반발도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비스포크 가전은 20~30대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중가대 가전을 표방한다. 프리미엄 가전이 아니어서 제품을 구매한 후 평생 사용을 기대하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굳이 ‘평생’이란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가며 고객의 니즈와 상관없이 마케팅 포장을 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일 모터 및 컴프레셔 부품이 아닌 다른 부품에서 내구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치자. 무상보증을 받을 수 없어서 고객 반감만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달 초 미국 유력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신제품 평가에서 삼성은 LG에 밀렸다. LG전자 올레드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이 1위를 휩쓸었다. 컨슈머리포트는 협찬 없이 가전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해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다른 해외 매체 평가보다 훨씬 더 공신력이 뛰어나다.

결국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삼성 가전이 LG에 밀린 것은 품질 경쟁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준 것이나 다름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서비스 기간보단 품질이다. 소비자들은 잔고장 없는 제품을 잘 사용하고 신제품으로 교체를 원할 때 더 나은 제품으로 바꾸면 그만이다. 가전을 바꾸지 않고 ‘평생 쓰는’ 소비자가 많아진다면 결국 제조사에 득이 될 게 없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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