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회담이 무산된 직후 청와대는 “상대에게 존중 대신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격이 다른 남북 대표가 나눈 합의 내용들에 대해 서로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따라서 ‘원칙과 상식’에 기반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큰 변함없이 굳건한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청와대 내부에서는 회담이 무산된 것은 안타깝지만 북측의 대화 제안을 이끌어냈다는 것 자체를 성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통일부는 기존 조건을 수정한 제안이나 실무당국회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북측이 우리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 삼았던 입장을 철회할 경우 언제든지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칙을 떠나 회담 무산에 따른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장관급 회담으로 역제안 당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회담 대표로 나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이를 조건으로 걸고 실무접촉에 임했어야 한다”며 “이를 명확하게 요구하지 못한 것은 전략적 미숙”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예상과 달리 남북당국회담 무산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지 않는 대신 6.15공동선언 행사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우리의 주동적 대화제의에 따라 북남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고 있는 지금, 분위기를 적극 고조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화 분위기를 조장하기 위해서는 대화에 임하는 자세와 입장을 올바로 가져야 하며 상대방을 적대시하거나 의심부터 앞세우는 것은 대화를 바라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대학원대학교의 한 관계자는 “북한 스스로 이번 회담 제의를 통해 상당한 부분을 양보했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자존심과 대의 명분이 더욱 중요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만약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못할 경우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도발 위협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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