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놓은 신형 아이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느 때보다도 싸늘하다.
애플이 지난 10일(현시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고급형 ‘아이폰5S’와 보급형 ‘아이폰5C’를 공개했다. 신제품 모델 2개를 한꺼번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프리미엄을 고수하다 보급형 제품을 내놓은 것도 이례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애플이 공개한 신형 아이폰의 사양은 이미 알려진 소문들과 일치했고, 기존 제품을 진화시킨 수준에 머무르면서 애플의 혁신성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보급형 아이폰5C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신형 제품 출시로 들떠야 할 애플은 외부의 집중포화에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프리미엄형 ‘아이폰5S’는 스마트폰 최초로 64비트 'A7'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듀얼 플래시가 적용된 800MB 카메라, 지문인식 기능 등을 채택해 전반적인 성능과 기능면에서 전작보다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기존 제품의 진화품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애플의 혁신을 기대했던 시장의 실망감은 커보인다. 혁신 경쟁력이 전혀 없어 신제품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특히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11일(현지시간) 더글러스 매킨타이어가 쓴 ‘새 아이폰과 함께 잡스의 영혼이 애플을 떠났다’는 칼럼을 게재, 애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매킨타이어는 “애플 본사에 벽에서 잡스의 사진을 떼어 버려도 좋을 것”이라며 “잡스가 남기고 간 것 중 (애플에)남은 것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티브 잡스의 영혼이 애플에 거의 2년간 머무르고 있었다”며 최근까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잡스의 영향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매킨타이어는 그러나 이번 아이폰 5S와 5C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크게 나아진 점이 없었다며 이는 잡스가 남긴 제품 개발계획이 소진됐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이폰5S는 애플이 새 스마트폰을 팔기 위해 제품 사이클을 유지해야 하므로 나온 제품이고, 5C는 애플이 중국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라며 애플이 제품혁신으로 업계를 선도하던 잡스 시절의 열정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애플의 보급형 아이폰5C는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던 전략을 바꿔 저가 모델 동시 출시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보급형이라 하기엔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장은 399~449달러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아이폰5C가 549달러(16GB), 649달러(32GB)였다는 것이다. 이는 무약정 기준으로 2년 약정식을 해야 각각 99달러, 199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이 정도 가격은 보조금이 높은 북미, 서유럽, 한국 등에서 저가의 가격 파급력을 기대할 수 없고, 보조금이 적은 중국이나 신흥시장에서는 500달러 이상의 가격대는 비아이폰 사용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의 조성은 애널리스트는 “가격 외에는 스펙, 디자인, 출시시점 등이 대부분 시장 예상과 일치했지만, 아이폰5C의 가격이 가격 혁신을 기대했던 시장 기대치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진한 글로벌 기술주 섹터의 환기를 위해서는 애플발 신모델 혁신이 필요했지만 이번 아이폰 신모델 공개로 그런 효과를 기대하긴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아이폰 공급 체인에 대한 기대감은 존재하나, 4분기에 아이폰 실수요 파괴력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민철 기자 tamados@
뉴스웨이 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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