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낙선에 야권분열 책임론까지야권 내 비난 봇물···재기 가능성 희박동력 상실한 국민모임 미래도 불투명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심판론’을 꺼내들고 4·29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승부수’를 띄웠으나 참패한 정동영 전 의원의 앞날에 먹구름이 꼈다.
정 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한 때 대선후보에까지 올랐던 거물급 정치인으로서는 수치스러운 3위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야권분열을 일으켜 야당의 텃밭을 여당에 넘겨줬다는 책임론에도 휘말리면서 제1야당 새정치연합의 눈 밖에 났다. 설상가상 정 전 의원이 창당을 추진 중이던 국민모임 역시 동력을 상실해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정 전 의원은 출마를 결심하기 전부터 ‘불출마’와 ‘출마’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노선을 분명히 하지 못했다. 지난 달 26일에는 “4·29재보선을 통한 단판 승부보다는 대안야당과 대체야당을 건설하겠다는 본래의 취지대로 호흡을 길게 가져가겠다”면서 불출마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달 30일 정 후보는 갑자기 관악을 후보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보선에서 빈손으로 대안야당을 건설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새정치연합은 정 후보의 출마 선언에 “비상식적인 결정”이라며 즉각 짖누르기에 나섰다. 정태호 관악을 새정치연합 후보는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야권 분열의 주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면서 “상식적인 정치인이라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반대로 오신환 관악을 새누리당 후보는 이때부터 야권 강세지역에서 표 분산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정 전 의원은 그동안 출마 여부를 두고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며 “이 같은 행태는 국민의 정치 불신을 부추기는 것으로 바른 태도라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고지를 선점해갔다.
이렇듯 ‘철새’라는 여야의 비판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선거유세를 이어가던 정 전 의원은 그러나 지난 10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지면서 언론과 여론의 주목조차 크게 얻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이는 이번 선거의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정 전 의원은 낙선 소감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동력을 관악을에서 만들어보고 싶었으나 저의 부족과 한계로 벽을 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는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더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 이 같은 정 전 의원의 입장표명은 자세를 낮춰 전열을 재정비한 뒤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 아닌가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생명의 모험을 건 이번 재보선 결과는 정 전 의원의 정치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문혜원 기자 haewoni88@
뉴스웨이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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