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배우 박중훈씨가 한 대사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나도 내 잘못이 큰 줄 알았다. 지금 보면 내 부족함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를 강하게 깨달았던 것은 보려 하지 않아도 눈에 띄는 정부의 무능함이 한 몫 했다.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중앙·지방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용정책은 298개에 달한다. 현 정부 들어서 굵직한 일자리 대책은 7번이나 나왔다. 다음 달 말 또 하나의 여성·청년 고용촉진방안이 발표된다. 청년일자리 예산은 올해만 2조원이 넘게 책정됐다. 2014년부터 3년 동안 5조4200억원이 투입됐다.
300개의 고용정책을 시행하면서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청년일자리 사업은 7개,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지만,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의 비정규직 비중은 64%다. 8년 전보다 10%포인트 급증했다. 올해 4월로 예정된 9급 공무원 시험에는 사상 최다 인원이 지원했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성과가 전혀 없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을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정부의 ‘무능함의 화살’이 결국 청년들에게 박힌 것이다.
사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단적인 예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패기는 ‘노사정위원회’에 국한돼 왔다. 양대 지침 초안을 공개할 때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노동개혁 관련 법안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국회까지 가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2%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을 때도, 올해 2월 사상 처음으로 12%대로 치솟았을 때도 이 장관은 침묵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정부정책을 투자와 일자리 관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이후 발표될 정책은 다음 달 말에 공개된다. 하지만 추가되는 예산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진데다, 정부가 포퓰리즘이라 비판했던 고용보조금 지급 내용이 포함됐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 놓은 대책이 ‘식물 일자리 정책’이었다는 점을 되짚어 볼 때, 이번 대책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청년들에게 정부탓만을 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TV를 보면서 ‘일자리를 늘린다는 데 난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의 대답을 자신에게서만 찾으려 해서도 안 된다.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과감하게 따져 묻고, 그들의 무능함을 질타해야 한다. 대책만 덩그러니 발표하고 현장과 괴리감이 있어 조용히 정책을 덮는, 무능의 식물정책을 심판하는 데 청년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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