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 환경 ‘악화일로’···생존위협 커져‘선택과 집중’ ‘홍수이론’ 등 기업별 고유 DNA외환사태 등 위기극복 정신 다시금 발휘할 때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한 80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후퇴한 것은 4개월 만에 처음이다. BSI 전망치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크게 위축됐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BSI 조사에서 7월 전망치는 90.7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로 6월(95.2)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한 동시에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기업들이 안으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규제 등으로 압박에 시달리는 한편 밖으로는 강달러·고금리·고유가 현상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관세폭탄 등 생존 위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 속에서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을 성장시킨 기업가들의 과감한 투자와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상시 위기 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사내 재무팀이 경영상태를 진단, 삼성 내 사업 및 투자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이 때 삼성은 59개 계열사를 45개로 축소했고 다양한 사업군을 매각했다. 이 회장은 사재 2200억을 내놓으며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고(故)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자‧디스플레이‧화학 등 핵심 업종에 집중하는 방법을 택했다. 1997년 507%에 달하던 부채비율을 2001년 196%까지 축소하는 등 무차입 경영을 지향하는 구조로 개선했고 대규모 외자유치와 적극적인 기업공개(IPO)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한화바스프우레탄 등 외국사들과의 합작법인들의 지분을 합작사에 넘겼으며, 계열사였던 경향신문과 빙그레를 분리하고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집중했다. 김 회장은 1998년 4월호 그룹 사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다 해보자고 호소합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도 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갑시다”라고 적고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정신을 강조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글로벌 경영’을 선언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몰두했다. 한화케미칼의 경우 국내 석화회사로는 유일하게 중동 산유국에 거점을 구축하고 중동 인근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전 회장은 당시 효성T&C,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4개 회사를 ㈜효성으로 통합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으로 위기에 맞섰다.
특히 효성바스프, 한국엔지니어링 등의 알짜사업을 정리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위기 극복 사례로 평가 받는다. 대기업 최초로 구조조정을 실행한 사례로 재무고조 개선과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성공적으로 돌파한 선례로 남았다.
조 전 회장은 “내가 직접 홍수를 일으켜야겠다”며 글로벌 경제영토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홍수 이론’은 물이 흘러 넘쳐 사방으로 퍼지는 홍수처럼 홍수 그 자체가 되어 주변을 변화시키거나 영향을 끼친다는 뜻으로, 먼저 움직여서 주변을 변화시키고 휩쓴다는 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효성은 2000년대 초반 중국 가흥과 주해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현재 중국 전역에 있는 효성의 제조‧판매 법인을 통해 한 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7년 진출한 베트남에서는 공단 신설 이듬해인 2008년부터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며, 2014년부터 1조원 이상 매출과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주, 유럽 등지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이를 발판 삼아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글로벌 1위 지위를 굳혔다.
지난해 취임한 조현준 회장은 조석래 전 회장의 글로벌 경제 영토 확장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적극적인 글로벌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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