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사기 논란’ 니콜라 지분인수 포기···‘배저’ 출시도 무산니콜라에 2600억원 물린 서학개미, 고점 대비 4분의 1 토막1억 달러 투자한 한화···투자 손실·수소 사업 계획 차질 우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GM과 니콜라는 이날 대폭 축소된 양사 파트너십 합의안을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된 최종 합의안은 GM이 니콜라에 클래스7과 클래스8 세미트럭에 사용할 연료전지 기술만 제공하는 것으로 대폭 후퇴했다.
니콜라가 GM과 함께 만들기로 했던 픽업트럭 ‘배저’ 생산 계획도 무산됐다. 또 GM의 ‘얼티엄’ 전기배터리 시스템을 니콜라가 사용하는 문제는 더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GM은 지난 9월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리던 니콜라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합의하며 니콜라 지분 11%를 확보할 예정이었지만, 곧바로 니콜라가 존재하지도 않는 수소 트럭으로 기업을 홍보하고 있다는 사기 논란이 불거졌다.
GM의 지분 인수 포기와 배저 트럭 무산 소식이 전해진 직후 뉴욕증시에서 니콜라 주가는 전일 대비 26.9% 폭락 마감했다.
니콜라 주가는 6월 중순 한때 최고 79.73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사기 및 거품 논란 등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탔고, 결국 9월 들어 2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이번 폭락까지 더해지면서 현재 주가는 고점의 약 4분의 1 수준인 20.41달러까지 떨어졌다.
GM의 이번 결정으로 니콜라 투자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소전기차 시대’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에 니콜라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가 순매수한 니콜라 주식은 약 2억3629만달러로 집계됐다. 우리 돈 2615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올해 미국 증시로 떠난 서학개미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니콜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9번째로 많이 사들인 미국 종목이다.
서학개미들의 손실이 더욱 우려되는 건 이른바 ‘고점’에서 물린 개미들이 많기 때문이다. 니콜라의 주가가 고공행진하던 지난 6~8월 사이 국내 투자자들은 니콜라 주식을 2억1050만달러 순매수하며, 이 기간 전체 해외 주식 가운데 순매수 결제금액 기준으로 6위를 차지했다. 니콜라 위로는 테슬라, 에플, 엔비디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자리했다.
또한, GM발 니콜라 쇼크로 인해 한화그룹도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화는 지난 2018년 비상장사인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가 1억달러(약 1200억원)을 들여 니콜라 지분 6.13%를 사들인 투자자다.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율이 100%인 회사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50%)을 포함한 김 회장의 세 아들 지분율이 100%인 회사다. 한화종합화학의 대주주는 한화에너지(39.16%)와 한화솔루션(36.05%)이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사장(당시 한화큐셀 영업총괄 전무)은 투자 결정을 위해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미국 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정보 수집에 나섰고, 실무진과 함께 트레버 밀턴을 만나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목표로 하는 니콜라의 사업 비전을 듣고 한화와 통하는 지점도 직접 확인했다.
앞서 김 사장은 니콜라 투자를 시작으로 수소경제 활성화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한화 계열사들은 2023년 니콜라의 수소트럭 양산에 맞춰 미국 수소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었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한화큐셀은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할 수 있고,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수소 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 탱크를 공급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하지만 니콜라를 지지하던 GM마저 ‘사기 의혹’ 여파로 발을 빼면서 한화의 수소 생태계 시장 진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니콜라의 주요 투자자”라며 “만약 니콜라 사기 의혹이 현실화될 경우 막대한 투자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미국 기관의 조사를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니콜라가 사기업체라는 주장의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법무부 역시 SEC와 함께 니콜라가 기술력을 과대 포장해 투자자들을 오도했는지 들여다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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