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신생회사에 7000억원대 계약 주니퍼바이오로직스, 아시아‧중동 등 독점권먼디파마와는 계약해지, "신규계약 위한 선행 작업"안전성·유효성 문제없지만 성분 잘못 기재국내 허가 취소, 식약처간 법적 분쟁 남아 있어
◇싱가포르 신생회사와 계약, "위험리스크 낮다"= 13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싱가포르의 주니퍼바이오로직스와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TG-C)'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총 7234억원(약 5억 8718만 달러) 규모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150억원과 판매 마일스톤 7084억원이 포함됐다. 다만, 기존에 체결된 코오롱티슈진과의 라이선스인 계약에 의거해 기술수출금액의 50%는 티슈진에 지급될 예정이다.
주니퍼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일본 등 아시아지역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보사 관련 연구, 개발, 상업화의 독점권을 갖는다.
계약 종료일은 전 세계 40개 국가별 상업 판매 시작 후 20년으로 규제허가 후 1년 내 상업판매 시작 조건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주니퍼바이오로직스는 신생 바이오기업으로, 골관절염 및 항암제 분야에 특화된 치료제 개발과 공급, 유통 등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주니퍼바이오로직스가 신생기업이긴 하지만 창립 시점만 늦었을 뿐 경영진, 재정상태 등은 탄탄한 기업"이라며 "조만간 150억원의 계약금을 수령할 예정이고, 해당 국가에서 판매가 시작되면 그에 따라 마일스톤이 지급되는 로열티 계약이라 위험 리스크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니퍼바이오로직스가 골관절염이나 항암치료제에 특화된 치료제 개발 및 유통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최적화된 상품으로 인보사를 꼽은 것 같다"며 "특히 미국에서의 임상 3상 재개로 약효나 안전성에 대해 어느 정도 검증을 받고 있는 단계라서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참고로 회사는 2019년 '인보사 사태'로 인해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미국 임상 3상을 잠정 중단했으나 임상 계획서 수정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에 환자 투약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관계사인 코오롱티슈진이 현지에서 TG-C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잇단 계약 해지에도 기술수출 자신감= 회사는 주니퍼바이오로직스와의 계약을 위해 앞서 기술수출 및 공급계약을 체결했던 먼디파마메디칼컴퍼니(이하 먼디파마)와 계약 해지를 확정지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같은 날 공시를 통해 "본 계약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새로운 사업기회 확보를 위해 계약상대방과의 기술수출계약 및 공급계약들을 모두 해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먼디파마와의 계약 해지는 어제 이사회에서 결정됐으나 일정이 지연되면서 거래소와 협의 후 오늘 오전 장 전에 공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8년 11월 먼디파마와 일본지역에서 인보사의 연구개발·상업화 권리는 넘기는 조건으로 약 67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 7개국, 중동 2개국, 호주 등 2개국 등 11개국 대상의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이듬해 4월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계약금 300억원 중 150억원이 반환됐고, 회사측은 그에 대해 먼디파마를 질권자로하는 예금질권을 설정했다. 이에 150억원의 계약금은 전액 반환됐으나 미수령한 나머지 150억원은 반환 의무가 없다.
회사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 이후 계약금이 반환되는 과정에서 다른 회사들과 협의를 진행했다"며 "미국 임상 개시 이후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사가 많아졌는데 코로나19로 계약 진행이 안 되고 있다가 가장 파트너십이 좋았던 주니퍼바이오로직스와 협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먼디파마와 계약을 체결했던 지역들 중 주니퍼바이오로직스와 겹치는 곳들이 있어서 신규 계약을 위해 기존 계약해지가 선행돼야 했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금까지 총 3건의 기술수출을 진행했으나 이 중 2건의 계약이 해지됐다. 지난 2016년 가장 먼저 기술 계약을 체결한 일본 미츠비시타나베는 미국 임상3상시험용 시료 생산처 변경 계획 등을 알리지 않았다며 2017년 계약을 취소했다.
하지만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보사의 안전성 및 유효성 등이 인정받고 있어 기술수출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인보사가 2018년 출시됐기 때문에 기술수출 건수는 3건밖에 없다"면서도 "현재 미국 임상이 잘 되고 있고, 글로벌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서 추후 북미, 유럽 쪽으로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재개가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계기였다면, 이번 기술수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보사의 기술력과 가치를 인정받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전 계약보다 더 넓은 권리지역 확대를 통해 인보사가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성 문제없지만 이름표 오인···'허가 취소'에 법적 공방= 지난 2019년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보사 사태'는 '이름표 오인'에서 비롯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당시 회사는 인보사의 국내 품목 허가를 획득해 생산‧판매하던 중 주성분 하나가 허가사항(연골세포)과 다른 성분(신장세포)으로 제조됐음을 확인해 자발적으로 유통 및 판매를 중지했다.
이우석 대표는 같은 해 기자회견을 열고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를 받은 지난 2004년과 현재의 기술 수준 차이로 분석 결과가 바뀌었을 뿐 물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분물질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이름표만 잘못 달린 것이기에 안전성·유효성 측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하지만 고의적인 성분 조작 의혹, 바뀐 세포인 '신장유래세포'의 종양 유발 가능성 등이 제기되며 불신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허위자료 제출'을 이유로 해당품목 허가취소 결정과 함께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했다. 이에 회사는 제조판매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식약처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현재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인보사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아직 남아있고 정부기관과의 법적 분쟁도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추후 국내 판매 계획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2019년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한국에서는 판매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한국에서 이미 허가가 취소된 상황이라 제조할 수도, 판매할 수도 그런 시도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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