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물류계열사 ㈜한진은 다소 어려운 산업을 영위합니다. 일반 소비자에게 택배를 배송해주는 B2C사업도 있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분야는 아닙니다. 1945년 설립된 이후 77년간 단 한 차례도 언론과의 공식 만남이 없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진이 굳이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조 사장이 2020년 합류한 이후 ㈜한진의 이미지는 많이 변했습니다. 모바일 게임인 '택배왕 아일랜드'와 카카오 이모티콘, 브랜드 굿즈 등을 선보이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초 출생)와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수적이고 딱딱하던 조직 분위기도 수평적이고 부드럽게 바뀌고 있다는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간담회 역시 조 사장이 주도했습니다. ㈜한진이 국내 물류업계 최초로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공개했고, '아시아 대표 스마트 솔루션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미래 비전도 공유했습니다.
그룹 내 손꼽히는 마케팅 전문가인 조 사장은 언론 스킨십에 인색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미국 유학파인 조 사장은 광고대행사인 LG애드를 거쳐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진에어 마케팅본부 등에서 근무했습니다. 대외 홍보를 전담해온 만큼, 언론과 친화적인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몸을 사리지 않는 조 사장의 열정적인 업무 스타일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회사에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면, 그는 항상 현장에 있었습니다. 2008년 한진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출범할 당시나 이듬해 열린 진에어 취항 1주년 기념 간담회, 2010년 열린 취항 2주년 행사에서도 그는 자리를 지켰습니다. 기자들과는 일일이 명함을 나누며 인사하는 소탈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언론 주목을 받지 못하는 행사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을 '낙하산'이라고 표현한 솔직한 화법은 물론, 소셜네트워크(SNS)로 일상을 공개하는 등 자신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e스포츠'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덕분에 업계 팬들 사이에서는 '의리녀'로 불렸습니다.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오너3세라는 이미지도 여기서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보에는 곧 제동이 걸렸습니다. 2017년 11월 진에어 기업공개(IPO)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한 차례 대중의 외면을 받은 조 사장이 다시 공개 석상에 나서기까지 얼마나 떨렸을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 사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진심을 보여줬습니다. 자신이 그리는 '새로운 ㈜한진'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펼쳤습니다. 업계 리더로서 친숙한 물류회사를 만들고, 소비자 니즈를 잘 파악해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수합병(M&A)과 상생, 인재 육성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막힘없이 전달했고, 민감한 질문에도 적절히 대응했습니다. 과감한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자신을 높이기보다는 스스로를 '조미료'에 빗대며 낮췄습니다. '섹시한 물류를 만들겠다'는 파격적인 발언은 간담회장을 뒤흔들 놓기 충분했습니다.
성공적인 재데뷔를 마친 조 사장이지만,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조 사장은 ㈜한진에서 단 2명 뿐인 사장임에도 불구 아직까지 미등기임원입니다. 경영참여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약 10%에 달하는 지분율 가진 2대주주 '에이치와이케이제일호 사모투자 합자회사'(HYK 1호펀드)가 호시탐탐 조 사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공격한 KCGI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는 HYK파트너스는 조 사장의 이사회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외부 세력을 설득시키기 위한 조 사장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창립 80주년이 되는 오는 2025년까지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건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신사업 발굴과 공유가치창출(CSV)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저평가된 주가를 띄우기 위해 주요 기관 투자자와의 적극적인 소통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워커홀릭'으로 불리는 조 사장의 경영 실력은 이미 재계 안팎의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조 사장 합류 이후 ㈜한진이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조 사장은 창업주의 손길이 느껴지는 ㈜한진에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감동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기자와 주고 받은 메일에서도 창업주와 선대회장인 부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조 사장의 업무 컴퓨터는 밤이 늦도록 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류업계 '게임 체인저'를 향한 그의 발걸음을 응원하겠습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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