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부터 해외에 더 집중해 부동산 침체에도 끄떡 없어2년 연속 해외수주 1·2위···올해는 중동붐에 실적 기대↑'중동통' 남궁홍 대표 영입도···이재용 회장 눈에 띈 인물이미 순조로운 출발···7.5조 UAE 가스전 수주 청신호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면서 대형 건설사들조차 수주 전략을 바꾸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것처럼 느껴진다. 당초부터 이들은 해외사업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보다 높고, 주택사업 리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제 2차 중동붐으로 해외수주 전망이 여느 때보다 밝아 실적이 돋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해외수주를 가장 많이 따 낸 건설사는 삼성물산으로 총 53억8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에 기록했던 69억8000만달러보다 22.9% 감소한 금액이지만 작년 동안에는 대만과 방글라데시 등 새로운 사업장에서 수주하는 성과를 남겼다. 이들 수주 금액만 해도 16억5000만달러였다.
이어 2위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차지했으며 수주액 규모는 지난 2021년 35억6100만달러에서 작년 39억8400만달러로 11.88% 증가했다. 러시아 화학 플랜트 프로젝트(11억4300만달러)와 쉘 사가 발주한 6억8500만달러 규모의 말레이시아 육상 가스 프로젝트를 수주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삼성 계열사가 2년 연속 해외건설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한 데는 그간 떠오르던 주택사업 대신 해외사업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부터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로 주택 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들은 올해 혹독한 겨울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인데 주택사업 노출이 없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상황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올해는 제 2차 '중동붐'으로 이들의 실적이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유가 상승으로 오일머니가 많아진 중동 국가들의 투자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것. 먼저 중동에서는 설계, 조달, 시공(EPC) 영역에서 원유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화학 설비, 가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가스 처리시설 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등 신도시 개발을 위한 움직임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은 아예 수장을 바꾸기까지 했다. 작년 말 '중동통'으로 불리는 남궁홍 대표이사 사장을 영입하면서 해외사업에서의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1994년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한 남궁홍 사장은 이재용 회장 체제가 본격화하던 2013년부터 임원진에 이름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2012년말 상무 삼성엔지니어링 상무로 지내다 2015년에는 마케팅1그룹장 겸 아랍에미리트(UAE)법인장을, 그러다 2018년말 전무로 승진했다. 특히 남궁홍 사장은 UAE법인장 시절인 2015년부터 5년간 막강한 저력을 발휘하며 당시 해외 저가수주 후유증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몰린 삼성엔지니어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는 삼성엔지니어링 수장에 오른 만큼 중동시장을 중심으로 메가 프로젝트 수주를 할 것으로 기대 되어진다. 이재용 회장 역시 중동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에서 사업확장을 위해 해당 사업장에 현장 경험이 있는 남궁홍 사장을 삼성엔지니어링 수장으로 앉혔다는 얘기마저 흘러 나온다.
물론 삼성물산 역시 오세철 사장에 대한 기대감도 만만찮다. 지난 2021년 3월 대표직에 오른 오세철 사장은 임기 첫해부터 해외건설 수주실적 1위 자리를 꿰차며 해외사업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당시 삼성물산이 해외건설 수주실적에서 5년 만에 업계 1위를 기록한 것이었다. 그리고 작년에도 해외사업 수주 확대에 힘쓴 만큼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오세철 사장 역시 '해외통'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꾸준히 중동 등 주력시장 중심으로 해외 현지정부 등과 협력에 공을 들여왔다. 1985년에 삼성물산에 입사 이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두바이 등 해외현장을 거쳐 글로벌조달실장을 지냈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해외사업 현장을 직접 발로 뛴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부터 해외건설 텃밭인 중동지역에서 신도시 건설, 친환경에너지 플랜트 분야의 대형 프로젝트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어 올해 해외건설 수주전망도 밝다.
이미 이들은 연초부터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먼저 삼성엔지니어링이 아랍에미리트(UAE) 가스전 개발 사업의 초기 업무 계약을 따내며 총사업비 7조5000억원 규모 본공사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사업은 아부다비 인근에 육상·해상 가스 생산·처리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가스 생산량은 오는 2030년 하루 1억5000ft³(입방피트)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총사업비는 100억 달러(약 12조4100억원)에 이른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를 노리는 육상 패키지의 사업비는 60억 달러(약 7조446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들어 해외 수주 낭보를 계속 전하고 있는데, 앞서 지난 9일에는 대만 CTC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타르 라스라판 산업도시에 건설하는 석유화학플랜트 프로젝트의 패키지1 공사인 에탄크래커 설비 EPC 사업을 수주했다. 수주한 공사의 사업비는 3조1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삼성물산도 중동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24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야시르 빈 오스만 알루마이얀 총재와 면담하고 삼성물산과 모듈러 협력 관련 상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가 참석한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체결한 협력 MOU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앞으로 사우디에 모듈러 주택 및 건축물 제작 시설을 설립·운영하면서 네옴시티 등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지역의 메가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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