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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새로운 다문화 K콘텐츠의 확장을 생각해야

전문가 칼럼 김헌식 김헌식의 인사이트 컬처

새로운 다문화 K콘텐츠의 확장을 생각해야

등록 2023.06.01 09:31

다(多)문화주의(multiculturalism) 다(觰)문화주의(fundamenculturalism)

새로운 다문화 K콘텐츠의 확장을 생각해야 기사의 사진

2023년 실사 영화 '인어공주'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에 관련된 부분이 부각이 되었지만, 사실 이는 영화 자체의 내용과는 분리되는 점이었다. 흑인 인어만 등장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인데 그 프레임이 백인이냐 흑인이냐 단순 양자택일 같았다. 더 나아가 흑인이 미인인가, 아름답지 않은가와 연결되는 참혹한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보다 본 사람들이 더 좋게 말하는 경향이 생겼으며, 흑인 인어공주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어공주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더구나 공주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의 인어가 마지막 엔딩을 장식하기 때문에 그 메시지는 명확해 보였다. 물론 그러한 다양한 인어들이 얼마나 부각이 되었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할 계제이기는 했다.

실사 영화 '인어공주'를 통해 충분히 다문화주의(多文化主義, multiculturalism)를 생각할 수 있었다. 그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다문화주의는 국가 안에서 다양한 문화들이 같이 존재하는 공존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다문화주의를 이민이나 타문화의 유입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을 언급하기 쉽다. 외국인들이 단일한 한국 사회에서 오기 때문에 더욱 달리 바라보는 관점이 당위적 가치 차원에서 접근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어떤 학자들은 "사회적 소수집단의 정체성과 문화적 이해를 공공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일련의 흐름"이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다문화주의에 서로 다른 문화가 존중받으며,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상생의 관점도 있다. 이는 대등한 관점을 지향하는 것이며, 소수와 다수라는 불균등성을 전제하지 않는다. 다양성과 관용, 통합을 중요한 가치인데. 동화주의와는 완전하게 반대 지점에 존재한다. 미래 다문화사회 형성을 대할 때 한국의 사회 통합적인 관점에서 다문화주의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어쨌든 공공성과 이의 시스템적 차원에서 다문화주의 정책은, 모든 인종, 국가 출신의 구성원은 물론 그들의 문화가 대등하고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고 관련법과 제도, 프로그램 등 집행과 실천을 포함한다.

콘텐츠의 제작과 공유도 다문화주의에서 이바지하는데 실사 영화 '인어공주'에 콘텐츠 제작 원칙의 변화를 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창작의 자유에 따라 인어공주 캐릭터에 변화를 주었는데, 이에 반감을 지니는 이들은 콘텐츠 자체에 대한 팬덤 차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한 수용도 필요하지만, 다문화적 가치는 배제하고 있는 지점은 무조건 동의하기 힘들다. 그런데 '인어공주'는 정말 다문화주의 근본정신과 정체성에 부합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인어공주'에는 또 하나의 통합주의가 있었다. 바로 언어이다. 언어는 모든 문화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언어를 형성하면서 문화가 생겨났다.

'文化'라는 단어에 글월 '文' 자가 있는 이유라고 할 수가 있다. 문화예술 양식은 다 하나의 언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인어공주'에는 단 하나의 언어가 등장한다. 바로 영어다. 바닷속의 인어들이나 생물들도 모두 영어를 사용할 뿐이다. 바다의 언어가 있을 법하다. 이는 일찌감치 포기한다. 아프리카 바다 앞이라면 그쪽 언어를 써야 하지 않을까. 남미나 중미 앞바다라고 상정한다면 더욱 그 지역의 언어가 있을 것이다. 비단 이는 인어공주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는 할리우드영화가 단 하나의 소스로 여러 채소와 과일을 좌우하는 샐러드 볼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 SF 영화를 보자. '가디언즈 오브 갤러시 3'에는 다문화주의가 우주 공간으로 확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류 종에서 더 나아가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인류 이외의 외계종족까지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너구리 등 실험동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나아가 지능이나 염력과 같은 초능력을 짐승 동물이 사용한다. 그런데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하나의 언어만을 쓴다. 바로 영어다.

이는 어떤 점을 함의할까? 우주 공간도 결국 영어 담론이 지배하게 되었을까. 아니면 미래에 우주 공간의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일까. 그것은 알 수가 없는 것이며 하나의 언어로 획일화하는 것은 다문화주의는 물론 보편적 인류 가치 관점에서 맞지 않는다. 만약 중국이 우주 공간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를 만들면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중국어를 공용어로 사용할 것이다. 프랑스라고 다를 수 없을 수 있다. 자국 언어인 불어에 자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언어만 쓰는 영화만 있지는 않다. 한국의 SF 영화 '승리호'가 그 예이다. 공상과학영화 마니아들에게는 혹평을 받은 면이 있지만,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는 나름 한류 현상을 일으켰다. 일단 이 영화에는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많은 인종이 우주 쓰레기 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언어의 다양성이었다. 한국어 이외에도 중국어, 아랍어, 피진어,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타갈로그어, 스페인어, 덴마크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등장한다. 특히 나이지리아 영화가 아닌데 피진어(Pidgin)가 등장한다. 다문화주의를 강조하고 부각하는 실사 영화 인어공주에는 영어 하나만 등장하는 것과 비교가 되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승리호'는 개념 있는 영화로 브랜드가치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브랜드 가치는 상업적 마케팅으로 인위적인 산물이 아니다.

싱글링구얼 즉 단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하는 이들은 시대정신의 표상이 아니다. 영어와 같이 단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두 개 이상 언어를 사용하는 바이링구얼을 조롱하거나 얕잡아 봤다. 하지만 발음이나 단어 선택이 매끄럽지 않아도 다문화주의에 부합하는 것은 바이링구얼이다. 바이링구얼에서 더 나아가서 멀티링구얼이 더 주목받고 가치를 갖는 시대라는 점을 간과할 수가 없다.

단순히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수단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던 시각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다(多)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이제 다(觰)문화주의(fundamenculturalism) 로 전환되어야 한다. 다(觰)문화주의에서 다(觰)는 여러 개에 내재한 근본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공통분모를 통해 공감을 일으키고 좀 더 나은 세계로 가기 위해 연대하고 소통해야 한다. 다양하게 여러 가지인 것 같지만 근본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서 보편적 근본이라 하면 인간애, 사랑과 우정, 감정과 정서, 꿈과 희망. 존중과 인정 등을 말한다. 이런 펀다멘컬츄얼리즘(fundamenculturalism)은 기존의 다른 점을 부각하고 그것을 개별적으로 분리하는 점에 그친다면, K 콘텐츠는 공통분모를 찾는다.

'승리호'에서 보여주었듯이 환경 생태 차원에서 하나의 목적 즉 우주의 쓰레기를 청소하는데 너나 할 것 없이 경쟁하던 다인종 다문화인들이 소통하고 연대하여 공통의 목적을 이뤄가는 서사의 구성과 전개는 K 콘텐츠의 수확이다. 이를 확대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인어공주'에서는 결국 사랑하는 연인을 찾는 이야기이지만 다문화를 위해 한 일은 없는 셈이다. 장식주의 다문화주의에서 벗어날 대안은 한국에서 확장 심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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