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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내역입찰vs총액입찰, 조합 선택범위 넓혀···전문가가 본 장단점은

부동산 도시정비

내역입찰vs총액입찰, 조합 선택범위 넓혀···전문가가 본 장단점은

등록 2023.09.23 15:40

수정 2023.09.23 17:19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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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입찰방식에 건설사 제안도 입맛 따라 가능내역입찰, 세부 항목 엿볼 수 있지만 설계‧계획변경 이슈는 '복병'총액입찰, 초기부터 조합‧시공사 합심해 기획···관리‧감독 '꼭해야'

서울 소재 재건축 조학 총회에서 조합원이 시공사선정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고 있는 모습.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이수정 기자 crystal@서울 소재 재건축 조학 총회에서 조합원이 시공사선정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고 있는 모습.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이수정 기자 crystal@

"비전문가인 주민들 입장에선 내역입찰이 뭔지 총액입찰이 뭔지 잘 모르죠. 건설사들이 서로 자기가 제안한 방식이 좋다는 일방적인 주장만 하고 있어서 선택을 하기가 어렵습니다."(수도권 A 재건축사업 조합원)

시공사 선정을 준비 중인 수도권의 한 재건축조합. 이곳은 최근 건설사 간 비방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전장을 내민 A사와 B사가 각기 다른 입찰방식으로 참여하겠다고 예고한 뒤 서로의 방식을 비난하고 있어서다.

서울시가 내역입찰과 총액입찰의 두 가지 시공사 입찰방식을 모두 허용한 이후 현장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현장에서 건설사마다 입찰방식을 다르게 제안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두 방식의 특성이 전혀 다른 탓에 조합원들이 각 제안을 비교하고 선택을 하는데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업계는 이런 현상이 자칫 주택수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서울시 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스웨이에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를 만나 내역입찰과 총액입찰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물어봤다.


조승연 HnC건설연구소 대표이사는 서울시 건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전문가다. 중앙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서울대학교 도시환경 최고전문가 과정을 거쳤다. 현재 중앙대학교‧한양대학교‧동의대학교 등에서 겸임교수와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엔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 및 정비사업 제도개선을 위한 실무 TF팀에서도 활동했다.

Q. 총액입찰과 내역입찰의 차이가 무엇인가?
: 쉽게 말해 공사비 총액만 적어서 제출하면 '총액입찰'이고 세부항목별로 단가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내역입찰'이다. 총액입찰은 사업초기 단계에선 계획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상적인 수준의 평단가를 고려해 총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반면 내역입찰은 어떤 자재와 품목을 쓸지 미리 정해놓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도시정비사업에선 '총액입찰'이 원칙이다. 다만 이전까진 서울시만 조례를 통해 '내역입찰'을 강제했다. 현재는 서울시도 조례를 개정해 총액입찰과 내역입찰을 모두 허용하도록 했다.

Q. 각 방식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 총액입찰은 선정된 시공사와 함께 인허가 절차를 같이 준비할 수 있다. 건설사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까지 꼼꼼히 챙길 수 있다.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려고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을 지체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총액입찰의 경우 세부내역이 뒤늦게 정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충분한 내역검토와 감사가 반드시 필요하고 CM과 감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엔 입찰 때 상세 마감내역을 제출해 단점을 보완하는 추세다.

내역입찰은 세부항목과 가격을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부터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내역입찰방식을 도입했던 것도 투명성을 높이고 브랜드만으로 건설사를 선택하는 일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반면 대안설계가 주를 이루는 시장환경 속에선 사업지연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건축심의나 사업시행계획인가에 필요한 설계 인허가를 다시 받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실제로 동작구 흑석9구역은 층수변경을 시도하다 실패해 시공사를 해임.교체하기도 했다. 최근 해임 위기를 넘긴 한남2구역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Q. 서울시가 총액입찰과 내역입찰을 모두 허용한 이유가 무엇일지.
: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기면서 내역입찰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내역입찰을 위해선 어떤 식으로 건물을 지을지, 몇 층으로 지을지 등을 담은 설계도서가 뒷받침돼야한다.

기존엔 인허가 관청으로부터 설계도서를 포함한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고 이를 토대로 내역입찰을 진행했기 때문에 계획이 크게 틀어질 일이 없었다. 인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인 조합설립 직후엔 내역을 정한다하더라도 향후에 지자체에서 반려되거나 계획변경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기존 사업장들에서 내역입찰의 본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사업기간이 길어지는 '부작용'이 많이 나타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조합마다 계획변경이 당연시 된 영향이 컸다. 건설사들이 자사의 특화상품을 반영한 대안설계를 제안하면서 이를 반영하기 위해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이 반복된 것이다.

내역입찰이 투명할 것이란 믿음을 악용한 수법도 자주 발견됐다. 눈에 띄는 특정 마감재만 강조하고 다른 비용을 깎아서 공사비를 낮게 책정하고 향후에 여러 핑계를 대며 공사비를 올리는 식이다. 조합원들이 전문가가 아닌데다 수백 개에 달하는 항목을 일일이 확인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이용해 눈속임을 할 수 있다.

Q. 조합과 조합원에게 유리한 방식은 무엇인가.
: 특별히 유리한 방식은 없다. 결국 꼼꼼하게 설계도서를 만들고 그 설계를 충실히 지켜서 건물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남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관심을 두지 않으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명품을 사겠다면서 제봉상태도 보지 않고 브랜드 로고만 보면 레플리카(짝퉁)을 사게 되는 것이다. 높은 품질에는 그만한 비용이 든다는 기본 상식을 바탕으로 새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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