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당뇨 증가세···환자 87%는 비만게임체인저 'GLP-1' 당뇨약으론 출시 안돼 돈 없는 당뇨환자 '비급여 비만약' 비용 부담 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지난 13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새로운 당뇨병-비만치료약, 어떻게 대처할 것인 것인가'를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당뇨 유병자 절반이 '비만', 체중 중심적 관리로 변화
이날 발표를 진행한 이승환 대한당뇨병학회 비만당뇨병TF팀장(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에 따르면, 비만은 모든 사망, 암 사망, 순환계통 사망 등의 주요 원인이 될 정도로 만병의 근원이다.
비만 단계는 ▲비만 전단계(BMI 23~24.9) ▲1단계(BMI 25~29.9) ▲2단계(BMI 30~34.9) ▲3단계(BMI 35이상)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난 10년(2013~2022년)간 모든 단계의 비만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 기준 38.4%를 기록했다. 특히 남성의 비만 유병률이 37.9%에서 49.6%로 가파른 증가를 보였고, 2단계 이상 비만 유병률 증가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2단계 유병률은 1.6배, 3단계는 2.6배 증가했다.
비만 단계가 높아질수록 만성질환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2단계에서 5.1배, 3단계에서 9.5배 높다.
현재 국내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 꼴인 14.8%(2022년 기준)가 당뇨병을 가지고 있고, 당뇨 유병자 중 절반(53.8%)이 비만을 동반한다. 2단계 이상인 경우는 11.6%에 달한다.
문제는 19~39세 청년 당뇨병 환자의 비만 유병률이 높다는 점이다. 환자의 87%가 비만에 해당했고, 정상체중인 환자는 5%에 불과했다. 젊었을 때 당뇨병에 걸리면 혈당조절이 더 어려워지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탓에 사회경제적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과거 당뇨 치료는 혈당 조절에만 초점이 맞춰졌으나 GLP-1 계열 약물이 나온 이후부터는 체중 중심적 관리로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도 당뇨 관리시 체중조절이 먼저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근원적 병태생리로 들어가면 그 뿌리에 비만이 있고, 그걸 교정하는 접근법이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며 "체중을 15% 이상까지 감량하면 당뇨가 있던 환자들이 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관해'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효과를 보려면 10% 이상은 감량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생활습관 개선을 얘기해도 실제 효과를 보는 환자는 극소수이고, 기존 치료제로는 한계가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위 절제 수술이지만 침습적이고 환자 부담이 컸다"며 "그런데 GLP-1 계열 당뇨 약제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GLP-1은 인크레틴 호르몬의 일종으로, 장에서 나온다. 음식을 섭취하면 췌장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뇌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조절한다"고 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허가 받은 GLP-1 계열 당뇨 약물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새발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오젬픽'이다. 지난 2022년 4월 당뇨병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한 이후 작년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평가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는 조건부 허가를 받는 등 건강보험 급여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개발사측에서 급여 등재 신청을 철회한 이후 아직까지도 국내에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같은 성분의 '위고비'가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아 국내에서 비급여로 먼저 출시됐고, 이에 위고비는 '비만치료제'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이후 2세대 약물인 일라이릴리의 GLP-1·GIP 이중 작용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국내 허가를 받아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모델이 위고비 처방"···오남용 심각
전문가들은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이 단순 비만치료제라는 인식 때문에 적절한 환자에게 처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최성희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GLP-1 약물이 좋은 약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 치료 패러다임을 바꿔준 게임체인저 약물"이라며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관 운동을 천천히 하게 해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유지시켜 뛰어난 체중감소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성분의 당뇨약보다 (비만치료제로) 먼저 약가를 받고 처방된다는게 아쉽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앞서 같은 계열 약물인 '리라글루타이드'가 당뇨치료제인 '빅토자'로 먼저 국내에 들어왔지만 끝까지 급여가 되지 않아 사라졌다"며 "그런데 동일 성분인 '삭센다'가 비만약으로 살아남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게다가 우리나라는 미용에 대한 관심이 너무 높아 비만이 아닌 사람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오남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비대면 처방은 막은 상태지만 위고비가 출시됐을 때 BMI 20도 안 될 것 같은 날씬한 모델이 위고비를 비대면으로 처방받아 후기를 올려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BMI 40이 넘어가는 정말 약물이 필요한 환자들은 밤까지 아르바이트하고, 젊고, 돈이 없는 분들이 많아 비용 부담 때문에 처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 대상으로라도 급여가 돼서 베네핏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신약은 장기적인 안정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약 자체가 나온지 5년 미만이기 때문에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당뇨·비만이 없는 일반인이 사용했을 때 심각성이 어떨지 모르겠다"며 "특히 심한 변비는 약효이면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내시경하려면 1~2주 약을 끊어야 할 정도로 심하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힌다"고 부연했다.
위고비의 대표적 부작용으로는 오심, 구토, 변비, 설사 등이 있다. 심한 경우 급성췌장염이 생길 수 있다.
이용호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결국 비급여라는건 제도권 내에서 조절될 수 없어 회사 등 일부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는 얘기가 된다. 우울증이나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으로 의료비용이 발생하면 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비만 수술이 급여화 됐을 때에도 무분별한 수술로 유명인이 사망하고 이슈화된 것이 영향을 줬던 것 같다. 이 약물이 당뇨나 비만 관련 환자에게 안전하게, 적절하게 쓰여지려면 급여화해 오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비만은 질병보단 예방 관점으로 본다. 건강보험은 질환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있는데 비만이 (당뇨보다) 앞서다 보니 오해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비만 수술 급여화 당시에도 논쟁이 있었다. 일반적 비만이 아니고 동반질환이 있는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비만으로 볼 것인지, 질환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급여 논의를 한다면 이 부분에 대한 얘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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