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ARM, 글로벌 AP 설계 시장 점유율 90%줄줄이 탑재 불발···엑시노스, 갤럭시도 외면"로열티 오르면 원가 부담···파운드리도 영향"
16일 로이터에 따르면 ARM은 로열티를 최대 300%까지 인상하는 장기 전략을 추진 중이며 자체 반도체를 설계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로이터는 피카소(Picasso) 프로젝트로 알려진 ARM의 이번 계획은 향후 10년에 걸쳐 스마트폰 매출을 약 10억달러로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RM은 AP 설계 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 보유한 기업으로 자체 아키텍처를 통해 라이선스를 팔아 매출을 올린다. AP는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NPU(신경망처리장치) 등 여러 반도체 기술을 하나로 집적해 제작하는데 ARM은 여기서 각 반도체의 정보 처리를 위한 코어를 구성하고 주변 회로의 유기적 연결을 위한 시스템을 만든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퀄컴과 애플 등이 ARM의 아키텍처로 자체 AP를 개발 중이다.
ARM의 계획은 퀄컴과의 법정 공방에서 나온 증언과 문서 등을 토대로 밝혀졌다. 앞서 퀄컴은 지난 2021년 반도체 스타트업 누비아(Nuvia)를 약 1조5000억원에 인수해 AP 설계 능력을 강화했는데 이 과정에서 ARM이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누비아도 ARM 설계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퀄컴이 인수 후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번 재판은 사실상 퀄컴이 승리한 상태다.
ARM이 로열티를 대폭 늘리게 되면 삼성전자로선 AP 사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성능과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부족해 자사 기기에도 잘 탑재되지 않아 쓰임새가 많지 않은데 로열티가 오르면 수익성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 출시한 '갤럭시 Z 플립·폴드6'에는 모두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사용됐고 10월에 나온 '갤럭시 탭 S10 시리즈'는 미디어텍의 디멘시티가 쓰였다. 디멘시티가 갤럭시 기기에 탑재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또 갤럭시 S24 시리즈에는 엑시노스가 혼용된 것과 달리 다음 달 공개되는 S25 시리즈에는 전량 스냅드래곤이 탑재될 예정이다. 엑시노스가 자사 제품에도 외면받다 보니 삼성전자의 글로벌 AP 시장 점유율은 줄곧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과 퀄컴은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이다. 애플은 바이오닉을 아이폰에 전부 사용 중이라 반도체 사업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고 있다. 2023년 기준 애플의 반도체 매출은 전체 기업 중 8위인 186억3500만달러에 달했다. 퀄컴은 누비아 기술로 개발한 오라이온(Oryon) CPU 코어를 스냅드래곤에 적용하며 AP 설계 독립을 추진 중이다. 당초 퀄컴은 줄곧 ARM 기반 크라이오(Kryo) CPU 코어를 사용해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ARM으로부터 독립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제로 ARM이 로열티를 올리면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엑시노스 개발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선단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 엑시노스 사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엑시노스가 개발되지 않으면 파운드리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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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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