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방어→사업 혁신 중심으로 전략 전환키친바흐·유로키친 등 프리미엄 제품군 성장디지털 전환·밸류체인 재정비로 경쟁력 강화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조3443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2%, 영업이익은 43.3% 줄었다. 3분기 단일 실적 역시 매출 4414억원, 영업이익 68억원으로 각각 2.8%, 6.1% 감소했다. 2023년 2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외형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지난 2023년 김유진 대표 취임 이후 한샘은 고정비 구조 개선과 조직 효율화에 방점을 찍어 왔다. 실제로 한샘 직원 수는 2022년 2174명에서 2023년 2081명으로 줄었고, 2024년에는 1975명까지 감소했다. 계열사 재편도 병행됐다. A/S 부문을 본사 통합품질본부로 이관하고 콜센터를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했으며, 일부 해외 법인은 지분 매각을 통해 연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2025년에는 종속회사 간 합병을 통해 서비스 조직을 통합했다.
이 같은 조치는 단기적인 수익성 방어에는 효과를 냈다. 비용 효율화와 판매채널 수수료 절감 등을 통해 흑자 기조를 유지한 결과다. 다만 구조조정이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 감소 흐름이 2022년 이후 3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한샘의 현 상황을 '방어적 경영 국면'으로 진단한다. 신한투자증권은 "비용 효율화와 중·고가 제품 비중 확대 전략이 일부 성과를 냈지만, 외형 축소라는 구조적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iM증권 역시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상 매출 증가 없이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한샘은 '구조조정 일변도' 전략에서 벗어나 B2C 중심의 '사업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택 거래 위축으로 건설사 특판 등 B2B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요 변동성이 낮은 소비자 직거래(B2C) 영역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판단이다. 특히 가격 경쟁보다는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도를 앞세워 중·고가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리미엄 키친 브랜드 '키친바흐'다. 한샘은 키친바흐 리브랜딩을 통해 디자인·소재·설계 완성도를 강화하고, 수입 키친 대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포지셔닝을 명확히 했다. 그 결과 신제품 출시 이후 2025년 3분기 키친바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단순 물량 확대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끌어올리며 수익성 개선 효과도 함께 노리고 있다는 평가다.
중·고가 라인업인 '유로키친' 역시 전략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기존 주력 제품군에 디자인과 수납 효율을 개선한 신제품을 추가하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고, 이를 통해 중·고가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했다. 유로키친 매출은 2025년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3%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한샘이 과거 대중형 중심에서 벗어나 가격대별 포트폴리오를 세분화하며 고객층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한샘은 서울 논현동 '플래그십 논현'을 체험형 매장으로 리뉴얼한 데 이어 부산 센텀시티 매장을 재단장하며 고객 경험 중심의 오프라인 전략을 강화했다. 단순 전시 공간을 넘어 상담, 설계, 시공 전 과정을 아우르는 복합 체험형 매장으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수입 가구 유통 브랜드 '도무스(DOMUS)'도 고급 리빙 수요 회복과 맞물려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유진 대표가 최근 신년사를 통해 밝힌 중장기 경영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시장 환경 개선을 기다리기보다 기업 체질과 업무 방식의 변화를 통해 한샘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며 단기 실적에 매몰되지 않는 중장기 관점의 사업 구조 재편을 강조했다.
또한 2030년까지 한샘을 단순 가구·인테리어 제조·판매 기업을 넘어 고객 접점 전반에서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고객 밸류체인을 전면 재점검하고, 비효율적인 업무는 과감히 축소하는 한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디지털 기술 활용을 강화해 조직의 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 전환이 구조조정 이후 한샘이 선택한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비용 구조와 운영 체계를 일정 수준까지 정비한 만큼, 향후 사업 다변화 전략이 실제 매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주택 거래 위축과 신규 공급 감소로 B2B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프리미엄·중고가 B2C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외형 축소 흐름을 얼마나 상쇄할지가 향후 실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샘 관계자는 "B2C 강화는 단기 실적보다 브랜드 경쟁력과 고객 경험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제품, 매장, 서비스 전반에서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한 혁신을 지속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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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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