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개봉 5일만인 9일께 누적관객수 300만을 돌파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주인공인 그다. 120도 폴더 인사를 하는 그에게 ‘스타’란 이미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언론시사회 당시 국내와 일본 여성 팬들이 몰려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질문에 대답했다. ‘왜 그렇게 겸손한가. 지금의 위치를 즐겨도 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김수현은 “즐기는 중이다. ‘해품달’로 갑작스런 인기를 얻게 되면서 나 역시 이른바 ‘연예인 병’이 생긴 듯 괜히 얼굴 가리고 다니고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한다”면서 “그냥 적응 중이다.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쑥스러워 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의 남파간첩 ‘원류환’의 카리스마와 서울의 한 달동네 바보 ‘방동구’의 1인 2역 연기는 문자 그대로 ‘대박’이었다. ‘천재와 바보’ 사이를 연결한 감정의 선을 기가 막힐 정도로 쥐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그는 “과찬이다. 처음 영화를 본 뒤 너무 아쉬웠다. 조금 더 풀어지지 못한 게 눈에 너무 보이더라”면서 “텔레토비를 보면 좀 그런 느낌 있지 않나. 좀 넋이 나간 행동과 모습들. ‘방동구’의 모습에 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이거 텔레토비 폄하 발언 아닌가”라며 크게 웃었다.
배우라면 누구나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기 힘들다. ‘후회’란 단어도 그래서 생긴 것 아닌가. 김수현 역시 그랬던 것 같다. ‘후회’란 단어에 김수현은 ‘정말 다시 찍고 싶은 장면’이 하나 있단다. 바로 ‘통장 시퀀스’다.
김수현은 “영화 전체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유일한 장면이다”면서 “당시 한 겨울에 너무 추운 날씨였는데 살수차의 물을 흠뻑 뒤집어쓰며 찍었다. 자세히 보면 몸이 스르르 떨린다. 정말 몸과 마음이 따로 놀더라. 결국 집중도 좀 풀어졌다. 그 장면이 ‘진짜’ 밟힌다”며 아쉬워했다.
이렇게 아쉬움 투성이 영화지만 그의 존재감은 분명 대단했다. 김수현이 곧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그만큼 그는 ‘원류환’으로 또 ‘방동구’로 지난 시간을 살았다. 그의 노력에 대 선배 두 명이 극찬을 했단다. 결국 기분에 취해 못 먹는 술까지 들이키며 그 칭찬을 만끽했다고.
그는 “VIP시사회 날 배용준 선배가 오셔서 깜짝 놀랐다. 뒷풀이 자리에서 내게 ‘잘 될 것 같다’며 딱 한마디를 해주시는 데 힘이 불끈 솟았다”면서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극찬은 최동훈 감독님이다. 감독님이 ‘수현씨 때문에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고 하셔서 울 뻔했다”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처음으로 돌아가 봤다. 어느덧 충무로에는 ‘웹툰은 곧 영화다’란 공식이 자리한 것처럼 웹툰 원작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성공을 거둔 작품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결국 주연배우 입장에서 ‘잘 되면 본전, 못 되면 독박’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선택하며 그 역시 이 점을 생각했을 것이다.
김수현은 “무려 2억 5000만 뷰를 자랑하는 ‘대박’ 웹툰이다. 내가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란 질문을 해봤다”면서 “원류환이자 방동구를 내걸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두 캐릭터 사이의 ‘텐션’이 흥미로웠다.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롤모델로 삼는 배우가 궁금해졌다. 최근 ‘장고 : 분노의 추적자’에 나온 크리스토퍼 왈츠의 열혈 팬이란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노래를 하는 듯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는 그의 연기가 자신에겐 교과서라고 손꼽았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아직 영글지 않은 아역스타로만 머릿속에 남은 기억이 잘못됐음을 느꼈다. 김수현의 올해 나이가 궁금해졌다. 벌써 26세란다. 이렇게 기억이 무서운 것이다. 2009년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고수 아역으로 출연했던 김수현이다. 그리고 2013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주연 김수현이다. 4년 사이에 그에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의 말처럼 김수현은 변했다. 아니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충무로가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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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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