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높은 연봉에 이직···이젠 퇴직해도 재취업 어려워
일반인에 비해 실력 뛰어나지 않아···불법 영업도 횡행
최근 증권맨들은 하루아침에 책상이 없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떠나는 직원도 허망하지만 남은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막을 수 없다.
사정이 이렇자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는 새로운 직업인 ‘매미’, ‘애미’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펀드매니저 또는 애널리스트 출신 개인 투자자를 이르는 말인데 여의도 오피스텔 곳곳에 여름이 다갔는데도 매미가 넘쳐나고 있다.
신의 영역이 무너진 이유는 최근 경기침체와 증권 거래 감소로 증권사들이 불황의 깊은 골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때 ‘금융의 꽃’으로 불리며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증권사마저 감원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몇 분기째 계속 되고 있는 적자 행진으로 임원과 직원은 물론이고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들마저도 인원을 감축하고만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애미, 매미의 출현이 여의도 새로운 문제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식으로 신고 등록조차 하지 않은 채 불법 영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자칫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출신 개인투자자···애미, 매미의 탄생
갈 곳을 잃은 증권맨들 때문에 증권사들이 몰려있는 서울 여의도에는 새로운 직종이 생겼다. 최근 서울시 여의도의 사무실에는 전직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이 팀을 꾸려 전업투자에 나선 증권맨들이 늘었다. 항간에서는 이들을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와 개미 투자자들을 합친 ‘애미(애널리스트+개미 투자자)’, 혹은 ‘매미(펀드매니저+개미 투자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고액의 투자가로부터 일정한 계약을 맺고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얻거나 일반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액을 모아 운용한 뒤 수수료를 받는 유사투자자문업을 하고 있다.
계속된 구조조정과 회사의 압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투자자로 나선 증권맨들이 많아 애미와 매미의 수가 서울 여의도에만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 증권사에 다니는 펀드매니저는 “연봉은 계속 동결되고 회사 압박이 신경 쓰이자 스스로 전업투자자로 나선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자기 소신껏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특히 애미, 매미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불황에 짐싸는 증권맨들···상반기에만 1천명 넘어
매이·애미라는 웃지 못 할 직종이 탄생한 이유는 증권가 불황의 골이 깊어 더 이상 인원을 감축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 4~6월에만 증권사를 떠난 직원의 수가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취업의 기회까지 줄어들어 갈 곳 없는 증권맨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증권가에는 ‘아무개의 책상이 하루아침에 없어졌다’는 싸늘한 소문까지 돌고 있는 가운데 증권계에 불어 닥친 고용불안이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까지 떨어트리고 있다는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A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예전 회사에서 알고 지냈던 분의 실직 소식을 들었다”며 “다른 회사에 문을 두드려 봐도 재취업이 힘들어 ‘가게나 하나 차려야 하나’ 고민 하더라”고 말했다.
B 증권사 영업직원은 “증권사 한곳의 문제가 아니라 증권사 전체의 수익이 안 좋다보니 전체적인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좋았을 때는 퇴직을 하고 금방 또 일을 구하고 했고 높은 연봉을 제안 받아 이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꿈도 못 꿀 일이다”고 토로했다.
◇미등록 불법 업체 난립···증권업의 문제로 번질 수도
매미·애미의 탄생에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이런 유사투자자문사는 정식으로 신고, 혹은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증권업 전체의 문제로 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사투자자문사로 신고하지 않고 영업을 하거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과장광고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금감원은 지난 6월 말부터 미신고 유사투자자문업자를 집중적으로 단속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고용이 불안정한 증권가의 흉흉한 분위기 때문에 현직에 있는 사람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직장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해야할 상황이다”며 “증권업이 좋은 때는 힘들 회사 일을 끝내고 동료와 회식을 통해 ‘으쌰으쌰’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법인카드로 회식 한번 하는 것도 눈치 봐야 한다”고 푸념했다.
제도권을 거쳤지만 그 역시 일개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에 불과하기에 실력이 개인투자자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스로의 실력과 운만으로 시장을 이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원숭이와 펀드매니저가 수익률 게임을 했더니 원숭이가 이겼다는 얘기도 있지 않느냐”며 “주식투자는 신의 영역이기에 제도권에 있었다고 반드시 수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원석 기자 one218@
박지은 기자 pj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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