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PA는 상품·서비스 교역의 자유화뿐만 아니라 투자·경제협력 등 경제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의 협정이다. 표면적으로는 시장개방보다는 경제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교역 자유화가 들어가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슷한 개념이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7월부터 CEPA 협상을 시작해 지금까지 6차례 실무회담을 열었지만 협상에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도네시아 측이 CEPA 체결로 인해 자국 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수출품이 대부분 원자재여서 교역 부분만 놓고 보면 손실이 뻔하다는 것이다.
모하메드 히다얏 인도네시아 산업장관은 지난 8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CEPA가 체결되면 한국 제품이 밀려들어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한국 수출품에 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도네시아가 한국의 투자를 원하고 있어 박 대통령의 이날 경제 관련 행사는 투자를 강조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은 이미 인도네시아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고 CEPA가 체결되면 더욱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점을 정상이 직접 알리면서 인도네시아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협상 조기 타결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자카르타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양국 경제관료와 기업인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양국 상공회의소 공동주최로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투자포럼’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인도네시아 현지 투자를 강조한 것도 이런 전략의 하나로 보인다.
이번 행사 명칭이 애초 ‘비즈니스 포럼’에서 ‘투자’란 단어가 들어간 ‘비즈니스 투자포럼’으로 변경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양국간 경제협력을 이끌어 온 핵심축인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올해 말 인도네시아에 준공될 포스코 제철소가 투자 확대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제2, 제3의 투자 협력사업이 끊임없이 발굴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석유화학 부문의 투자를 점차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으며,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단순 사업 수주를 떠나 인프라 투자와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대우조선해양 엔지니어링 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단순히 이윤을 얻는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말 인도네시아와 잠수함 건조 사업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자카르타에 향후 현지에서 해양 생산설비 설계를 추진하기 위한 동남아 최초의 조선 엔지니어링 센터를 지난해 설립했다.
이곳에는 젊은 현지 엔지니어 14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이들에게 교육과 연수를 통해 조선 관련 기술을 이전하고 있어 박 대통령의 방문은 한국 기업과 방산 협력을 하면 기술이전이 뒤따른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센터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간략한 브리핑을 받은 뒤 현지인 엔지니어들과의 환담을 통해 연수에 참가하고 있는 소감을 들었고, 이 장면이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에도 이례적으로 공개됐다.
여느 세일즈외교와 달리 일방적으로 상대로부터 뭔가를 얻어내려 하기 보다는 상대편의 마음을 얻으려는 이른바 ‘박근혜 스타일 세일즈외교’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CEPA 협상 조기 타결을 위한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분위기 조성이 12일 예정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내부에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된 것을 계기로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CEPA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간에 CEPA 조기 타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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