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LG전자 소속 헬기가 임직원을 태우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잠실 선착장으로 비행하던 중 삼성동에서 고층 아파트와 충돌해 추락했다. 이 사고로 기장과 부기장 등 2명이 숨졌다.
당시 안개가 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비행에 나선 것은 헬기에 탑승하려던 임직원이 구 부회장이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구 부회장은 사고 당일 전북 인산에서 열리는 야구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LG전자 측은 구 부회장 관련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탑승 예정자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는 이유들 댔다. LG전자는 대리·과장 등 직급에 관계없이 사원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의혹이 끊이지 않자 사고 발생 6시간이 넘어서야 안승권 사장(CTO)을 비롯한 4명이 탑승할 예정이었다고 발표했다. 사원이라면 누구나 탑승할 수 있다는 설명과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했다.
이 때문에 LG전자가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 부회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17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한 짤막한 언급이 전부다.
LG전자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 부회장은 LG전자 가족이었던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또 갑작스러운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께도 심심한 사과를 표하고, 사고수습과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이 일었던 구 부회장은 19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거행된 영결식에 불참한 것은 물론 장례기간에도 조문에 나서지 않았다. 사고 당사자들이 LG전자 소속 임직원들이었다는 점에서 구 부회장이 대표이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쿨하게 사과하라>라는 책은 ‘사과’를 ‘21세기 리더의 언어’로 규정하고 “쿨하게 사과할 줄 아는 성숙한 자아를 가진 리더만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강조한다. 쿨하지 못했던 구 부회장의 모습이 안타깝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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