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갑’의 지위를 이용해 소규모 사업장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돼 파장이 예상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갑’의 횡포에서 ‘을’을 보호하는 법률안으로 7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0월 10일 입법예고돼 내년 2월 14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에서는 가맹사업자들은 가맹사업자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사전작업으로 어용 가맹점 단체와 대표자 선출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루핸즈 대리점들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 서울 현대차 동부사무소 관할의 58개 블루핸즈 사업자들은 정기회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날 자리에 현대차 동부사업소 K소장이 들어와 예정에 없던 회장단 선거를 진행했다. K소장은 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정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K소장은 이날 선거를 위해 이미 사전정지작업도 완료한 상태였다. 블루핸즈 가맹점주인 A씨에 따르면 K소장은 지난 9월 A씨를 직접 찾아와 “10월 초 정기회의에서 선거를 진행할 예정이다. L씨가 출마할 예정이니 투표해라. 만약 L씨를 투표하지 않을 시 향후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협박성 말을 했다.
실제로 10월 정기회의에서 대표자 선거가 진행이 됐고 L씨가 후보로 나섰다. A씨 등에 따르면 이날 선거에서 50여명이 L씨에게 투표를 해 결국 L씨가 대표자로 당선이 됐다.
A씨는 “을의 입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현대차의 눈치를 보며 부당한 선거에 참여해 실제로 투표까지 했다”며 “일사천리로 진행된 선거에서 나머지 사업자들은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사업자들은 이번 선거를 절대 ‘갑’인 현대차가 개입한 명백한 불법선거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현대차에 협조적인 사업자를 단체의 대표로 앉히기 위해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K소장의 선거개입이 현대차 본사차원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의심하며 현대차 블루핸즈 서비스 지원팀의 또 다른 K상무를 지목했다.
한 사업자는 “K소장은 선거 전에 50곳이 넘는 사업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윗선의 지시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서울의 5개 사업소 사업자 대표 선거는 물론 지방까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협박과 회유를 수시로 자행했다는 의혹도 있다. 선거에 반대하는 사업자에게 고소를 빌미로 협박을 하거나 평가 때 우수등급을 주겠다는 식으로 회유했다는 것이다.
한 사업자는 “가맹사업자는 자체적으로 필요에 의해 단체를 구성하고 합리적인 규약과 공정한 규칙에 의해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게 옳다”며 “이번 선거는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절차를 무시한 현대차 측의 일방적인 진행에 의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일부 사업자들은 지난 11월 선거개입에 항의하며 현대차측에 탄원서를 보냈지만 아직까지 회사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블루핸즈 가맹점 대표자 선거 개입한 이유는 내년에 발효되는 가맹사업법 때문이다. 향후 사업자단체와의 단체협상을 염두해둔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가맹점과의 보증수리, 긴급출동 등 금액 지불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 현대차는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블루핸즈에 현대차의 보증수리 및 긴급출동을 위탁해 월말 성과에 따라 4등급으로 차등지급하고 있다.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경영평가 70%, 시설환경 30%를 합한 점수에 따라 나뉘고 등급별로 최고 4만원에서 최저 1만8000원씩 지급하는 형태다.
기준은 있지만 세부항목별 규정이 모호해 블루핸즈를 관할하는 사업소가 임의로 평가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그런 불만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블루핸즈 가맹점주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사업법이 시행되면 가맹사업자들이 사업자단체를 구성해 본사와 협상창구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며 “현대차가 앞으로 있을 민감한 협상들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무리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동부 사업소 K소장은 <뉴스웨이와>의 전화통화를 거부했다. 현대차 동부사업소 측 역시 “이번 동부사업소 예하 블루핸즈 대표자 선거에 관해서 할 말이 없다”고 취재를 거부했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관련태그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squashkh@naver.com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