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되면 모두 팔아라”자산 매각 부채해결 어려워
전문가들은 골칫거리 자산을 매각해 빚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메길 수 있지만, 핵심자산까지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팔 수 있는 것 다 팔라는 정부 =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말 정부의 공공기관장들과의 워크숍에서 “공공기관은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핵심 우량자산부터 팔아야 한다”고 강조한 후 정부가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향해 노골적으로 자산 매각을 주문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확정,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실행계획’과 ‘공공기관 부채감축 계획 및 방만경영 정상화 운용지침’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부채감축을 위해 모든 사업과 전체 자산의 매각 가능성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사실상 공공기관과 공기업에게 자산의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핵심 자산 매각은 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재무관리계획 작성 기관 전체의 부채비율을 20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꺼내든 카드다.
정부 방침은 현재 대책으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공기관과 공기업 부채 감축이 요원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말 기준 공공기관 부채는 493조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예금보험공사, 한국장학재단 등 정부 주요 중점관리 12개 공기업의 부채만 412조3000억원으로 295개 공공기관 부채의 83.6%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문제는 12개 기관이 부채 상환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금보험공사, 장학재단을 제외한 10개 기관의 영업이익은 총 4조3000억원으로 이자비용(7조30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공공요금 인상, 부채관리 계획 강화, 사업 구조조정 등 부채대책 중 정부가 당장 효과가 큰 자산 매각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언발에 오줌누기’ 자산 매각 부실 키울수도 = 12개 기관들은 정부의 자산 매각 주문에 일단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한국전력은 해외 우라늄 광산과 유연탄 광산 등 국내외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자산을 매각한다고 하면 협상에서 불리할 수 있어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못한다”면서도 “국내외 자산을 전방위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등도 지분 매각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채 줄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산매각이 자칫하다 오히려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허경선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자산을 다 팔아서 부채를 갚는다고 해도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무조건 파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허 연구위원은 “자산을 다 파는 게 아니라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사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면서 “주요 사업에 필요한 핵심자산은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이경호 사무처장은 “공기업의 공적사업 필수자산 등을 매각하는 것은 공공서비스 약화를 초래하고 공공부채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면서 “자산을 매각해서 부채를 해결할 수 없고 ‘언발에 오줌누기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상은 기자 cse@
뉴스웨이 조상은 기자
cs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