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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 “‘관능의 법칙’ 신혜, ‘싱글즈’ 동미 10년 후 모습?”

[인터뷰] 엄정화 “‘관능의 법칙’ 신혜, ‘싱글즈’ 동미 10년 후 모습?”

등록 2014.02.18 15:01

수정 2014.02.19 10:42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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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학창 시절 제일 싫어했던 과목이 수학이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의견이 비슷하지 않을까. 싫어하는 이유는 대동소이할 것이다. 무언가 ‘딱’ 떨어져야 하는 정답을 내야 한다. 그 답을 얻기 위해선 톱니바퀴의 이 하나가 맞물리 듯 어떤 규칙적인 움직임,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논리적인 판단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의 법칙’이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어떤 정답을 내려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증을 앓듯 말이다. 하지만 ‘~의 법칙’에서 ‘~’에 들어갈 단어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 그 강박증은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섹스’란 단어를 넣어봤다. 너무 ‘포르노’적이다. ‘사랑’은 어떨까. 고리타분한 멜로 냄새다. ‘여자’는 어떤 의미가 될까. 여성 비하 발언의 소지가 다분하다. 위험하다. 그럼 ‘관능’은? 이거 정말 묘한 느낌이다. 너무 끼워 맞췄나? 아니다. 뭐 그래도 상관없다. ‘관능의 법칙’ 그리고 엄정화 아닌가. ‘관능’이란 단어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영화 개봉 직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엄정화와 만났다. 올해 벌써 적지 않은 나이가 됐다. 1993년 ‘눈동자’ 1997년 ‘배반의 장미’를 부르던 ‘섹시퀸’ 엄정화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영화가 배우를 만드는 것일까. 무언가 ‘관능적’인 섹시미가 느껴진다. 아니 흘렀다. 엄정화는 장난이지만 ‘버럭’ 화를 내며 눈을 흘겼다. “숙녀에게 나이를 묻다니”라며 새초롬한 모습으로 토라졌다.

“난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데 자꾸 주변에서 나이를 거론하니 정말 화나요. 내 나이가 어때서(웃음). 뭐 가는 세월을 어떻게 내가 잡을 수도 없는 거고. 그 나이에 걸맞게 내 모습을 잘 가꿔가면서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관능의 법칙’은 솔직히 공감도 많이 됐어요. 글쎄, 재미있다기 보단 ‘키득’거리며 봤어요. 조금 늬앙스가 틀린가. 아니 틀려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그는 인사와 함께 건 낸 ‘나이’ 발언에 발끈했다. 하지만 ‘관능의 법칙’은 극중 캐릭터의 나이가 전면에 도드라지는 영화다. 영화계 대표 ‘골드미스’ 엄정화가 ‘결혼’과 ‘나이’ 질문에 농담처럼 화를 냈지만, 사실 그에겐 두 가지가 ‘부담’이고 또 ‘숙제’다. 영화 속에서도 오랜 연인과 결별을 했고, 그 연인의 결혼을 쓸쓸히 바라보는 모습도 나온다.

“‘골드미스’에 어린 후배에게 애인까지 뺐기고, 부담스러웠다기 보단 화가 났죠.(웃음). 농담이고, 사실 내 나이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 이제 이 나이됐다’라고 하는 작품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죠. 여배우로서 나이 먹음을 감출수도 없지만 드러낸 다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아요. 그냥 ‘내가 이제 이런 노처녀 역만 해야 하나’란 생각도 들죠. 그런데 ‘관능의 법칙’은 자세히 보면 사랑 얘기에요. 그 대상이 40대 여성들이란 점만 빼면. 오히려 그 점에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느끼고 출연을 결정했죠.”

사실 여성들은 나이를 먹어도 20대의 활짝 핀 미모를 간직하고 있다는 마음을 갖고 싶기 마련이다. 하물며 여배우들은 오죽하랴. 엄정화는 “‘관능의 법칙’도 비슷하다”면서 “왜 여성은 나이를 먹으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가는 것인가. 그 부분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여기서 엄정화가 말한 포기의 핵심은 ‘여성성’이다. 여성성은 누군가와의 사랑으로 도드라지게 마련이다. 엄정화 역시 여러 번의 실제 사랑을 했고, 영화 속에서도 연하의 매력남과 뜨거운 사랑을 한다. 실제 엄정화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참고로 영화에선 ‘이모와 조카’ 사이로 표현될 정도로 나이 차이가 심하다. 엄정화는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내가 사랑도 몇 번 못해본 ‘쑥맥’이었겠어요. 그런데 한 가지 밝힐 수 있는 것은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 가운데 내가 ‘오빠’라고 불렀던 분은 없었어요. 글쎄 난 남녀의 만남에 나이가 문제 된다고 생각은 하지 않아요. 어떤 장벽 때문에 둘 사이의 관계에 벽을 쌓는 다는 건 좀 그렇잖아요. 그래도 영화 속 신혜(엄정화)와 현승(이재윤)이처럼 ‘이모 조카’ 정도의 나이차는 좀 그렇죠.(웃음)”

‘관능의 법칙’이란 제목과 ‘섹시스타’ 엄정화, 그리고 연하남과의 뜨거운 사랑이 등장한다. 남성팬이라면 당연히 엄정화의 노출 신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영화 속에 엄정화의 노출이 등장할까. 한다. 수위는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 이미 무대에서도 그랬고, 여러 영화에서도 섹시스타로 존재감을 확인한 바 있는 엄정화다. 하지만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엄정화는 ‘여배우에게 노출은 노동이다’고 말한 바 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배우의 숙명이기에 노출을 꺼리진 않아요. 뭐 노동이라고 표현한 부분도 그런 뜻은 아니고, 작품 속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면 꺼리지 않겠다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노동’이란 단어의 실질적인 뜻만 갖고 보면 여배우들에게 그렇기는 해요. 알몸을 보여 주는 거잖아요. 내 몸이 어떻게 큰 스크린에 나올까. 이런 각도가 더 날씬하고 예쁘게 나올까. 아니면 이렇게 해볼까. 남자 배우와 이렇게 하는 게 좋을까. 등등을 생각하면 온 몸에 긴장감은 다른 촬영보다 2배 3배 이상이죠. 그래서 노출신이 노동이란 의미로 볼 수도 있죠. 물론 작품에 따라 꼭 필요한 부분도 있죠.”

노출에 대한 관심도 크지만, 권칠인 감독 연출 그리고 엄정화의 출연으로 영화 팬들에겐 과거 어떤 작품과 ‘관능의 법칙’이 오버랩되고 있다. 두 작품의 톤도 비슷하다. 연출자가 같으니 그럴 수밖에. 엄정화는 “동미(싱글즈 속 엄정화의 캐릭터)가 20대 후반이었고, ‘싱글즈’가 2003년 개봉작이니깐, ‘관능의 법칙’ 속 신혜는 동미의 10년 후 쯤 모습이 되겠다”면서 “지금 상상해 봐도 동미라면 신혜처럼 돼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웃었다. 그는 10년만에 만난 권칠인 감독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전혀 바뀌지도 않으셨고, ‘싱글즈’때의 모습 그대로 시던데요. 참 기회가 안되서 그렇지 10년 만에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참 반가웠어요. ‘싱글즈’때 얘기도 촬영 전에 많이 나눴죠. 영화계가 정말 빠르게 변하잖아요. 그런 환경 속에서 10년을 넘게 자기 자리를 지켜 오신 분이에요. 정말 대단하시죠. 그러고 보니 나도 뒤처지거나 낙오하지 않고 다시 감독님을 만났네요.(웃음)”

‘골드미스’란 단어를 내뱉자마자 엄정화는 눈부터 흘겼다. 그래도 돌직구를 힘껏 뿌렸다. ‘결혼’ 적령기가 이미 훌쩍 지난 엄정화 아닌가. ‘현실이나 작품이나 골드미스로만 살 수는 없지 않나’라고.

“내가 좀 강해 보여도 아직까진 운명적인 사랑을 믿고 싶어요. 내 가슴이 떨리는 그럼 사랑이 아직은 올거라 믿어요. 뭐 조카(엄태웅 딸)를 보면 빨리 결혼해서 나도 낳고 싶은 데 글쎄요. 그게 맘대로 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아직도 소녀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믿나 봐요. 그리고 솔직히 아직은 일이 더 재미있어요. 이 말은 빼주세요. 나 이러다 결혼 못하는 거 아닌지 몰라요. 하하하.”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무대 위 카리스마 섹시 퀸, 그리고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스크린 퀸 엄정화. 영화 ‘관능의 법칙’ 속에서 ‘관능’을 담당한 그의 존재감이 현실로 이어질 날은 언제쯤 될까. 대한민국 연하 남들에게 고한다. “엄정화는 아직 혼자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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