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자구계획이 향후 그룹의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그룹 내에 잠재된 유동성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3조34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밝혔다.
자구계획의 핵심에는 금융 계열사 매각이 있다. 현대그룹은 그룹 전체를 살리기 위해 금융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약 1조원 안팎의 현금을 조달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3사에 대한 공개 매각이 현재 진행 중이다.
현대증권 등 금융 3사가 제3자에 매각된다고 해도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의 순환 출자 형태를 띄고 있다. 현대증권은 현대상선을 최대주주로 둔 자회사로 현대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에서 약간 비켜난 자리에 있다.
현대증권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현대증권은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지분을 다수 갖고 있으며 다른 계열사 주식도 대부분 5% 미만의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 회사를 외부에 떼어준다고 해도 현재의 지배구조는 전혀 변함이 없다.
현대증권 외에도 현대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자산들은 당장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것들이다. 남산 반얀트리호텔을 운영하는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자회사 격이지만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현대상선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 의사를 밝힌 항만터미널 지분 등도 지배구조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자산들이다. 따라서 현재 밝혀진대로 자구계획이 진행된다면 지배구조의 변화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계열사의 매각 문제다.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그룹이 알짜 자산으로 꼽히는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당초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공개를 통해 3000억원 안팎의 현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그러나 M&A 시장에서 현대증권의 가치가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자 다량의 현금 조달이 가능한 직접 매각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CJ대한통운, ㈜한진과 더불어 국내 택배업계 빅3로 꼽히는 회사다. 지난해 이 회사는 9323억원의 매출을 올려 192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2012년 영업이익은 210억원에 달할 정도로 적당한 수준의 수익 창출은 충분히 가능한 회사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 문제를 두고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 당장의 많은 현금을 끌어모아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룹의 지배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결정적 단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그룹의 지배구조의 상단에 있는 회사다. 이 회사의 지분을 제3자에 넘길 경우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21.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세력이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현대그룹의 앞날은 또 다시 격랑 속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그룹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사모펀드 측에 회사 지분을 파는 방안, 현대로지스틱스를 제3자에 팔고 받은 돈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되사는 방안, 회사 분할을 통해 사업회사만 제3자에 넘기는 방안 중 1개를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두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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