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권 발행잔액 61조1000억원 1년 새 9조원 껑충발행 늘어도 저금리 지속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환수율 낮아5만원권 48% 불과···일각에선 “지하경제 확대 우려” 지적
한국은행에서 찍어낸 화폐들이 꽁꽁 숨었다. 발행규모는 급증했는데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두터워진데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화폐보유성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특히 5만원권 환수율이 급감하고 있어 오히려 지하경제 수요를 더 부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 발행잔액 중 66%가 5만원권
지난 달 28일 한은이 펴낸 ‘최근 고액권 수요의 증가 배경’이라는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은행권의 발행잔액은 61조1000억원으로 1년 새 9조원 늘었다. 이 가운데 7조9000억원이 5만원권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은행권 발행 잔액 중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6.6%로 전년 말에 비해 3.7%포인트 올랐다.
2000년 이후 은행권 권종별 발행 잔액 비중을 살펴보면, 2008년 이전까지는 1만원권 비중이91~93% 내외를 유지하다가 5만원권 발행 이후 크게 하락하고 5만원권 비중이 상승했다.
실제 1만원권 비중은 2008년 92%에 달했으나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됐던 2009년 66%, 2010년 48%, 2011년 39%, 2012년 33%, 2013년 29% 등으로 줄었다.
반면 5만원권 비중은 2009년 28%에서 2010년 46%, 2011년 56%, 2012년 63%, 2013년 67% 등 5년 사이 40%포인트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은에서 찍어내는 화폐의 발행규모가 급증하는 데 반해 환수율이 낮아 어디로 갔는지 궁금증이 싹텄다.
◇5만원권 48% 불과 품귀 현상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은 48.6%로 전년보다 13.1%포인트 떨어졌다.
환수율은 화폐의 발행량 대비 회수량을 뜻하는 것으로, 환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특정기간 발행한 화폐가 한은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5만원권 환수율은 발행 첫해인 2009년 7.3%에서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 등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1만원권(94.6%)과 5000원권(82.1%)도 전년보다 12.8%포인트, 7.8%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한은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와 저금리·저성장 기조 장기화"등을 꼽았다.
이런 가운데 은행 예금 중 가계 비중이 6년여 만에 50%를 넘어섰다.
가계가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은행에 돈을 묶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국내 예금은행의 총 예금 1008조9300억원 가운데 가계 예금은 507조2100억원으로 50.3%를 차지했다.
가계 예금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지난 2007년 10월(50.6%) 이후 처음이다.
이나영 기자 lny@
뉴스웨이 이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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