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질주를 벌이고 있다. 바쁜 일정에 쫓겨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그들의 교통사고 소식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교통사고가 스타들의 ‘직업병’이라는 씁쓸한 말이 나돌 정도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1990년대부터 많은 스타들의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본격적으로 잇따르더니 2004년 8월 보컬그룹 원티드(WANTED)가 부산에서 강릉으로 향하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해 멤버 서재호가 사망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중경상을 입게 되면서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2007년 1월에는 ‘미녀 삼총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개그우먼 김형은이 일정에 쫓기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슈퍼주니어 규현 역시 같은 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숙소로 돌아가던 중 올림픽대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갈비뼈 골절로 폐가 수축돼 심각한 기흉 증세를 보여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사흘간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2012년 12월에는 걸그룹 시크릿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탑승한 차량이 빙판길에 미끄러져 전복되는 아찔한 사고를 당한 것. 멤버 정하나(징거)는 갈비뼈 골절상을 입었고 나머지 멤버는 가벼운 타박상을 입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해 들어 스타들의 교통사고 소식은 잇따라 전해졌다. 배우 공효진은 지난 6월 드라마 촬영을 위해 이동하던 도중 3중 추돌사고를 당했고 이 사고로 왼팔 골절상을 입었지만 촬영 스케줄 조정이 불가피해 강행했다.
무엇보다 이달 3일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사고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레이디스 코드는 대구에서 KBS1 ‘열린음악회’ 녹화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은비, 리세를 잃었다. 레이디스 코드의 사고 소식을 계기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스타 전체의 안전 불감증이 대두됐다.
이 외에도 걸그룹 달샤벳 수민, 보이그룹 갓세븐 제이비, 베스티 등 많은 스타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같이 스타들의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다.
가수의 경우에는 음원 수익 구조를 꼽을 수 있다. 음반시장이 변화하면서 CD 등의 판매에 수익을 기댈 수 없다. 온라인 음원 판매를 통해 수익을 거두지 못하면 행사위주의 활동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다양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는 보이 그룹과는 달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협소한 걸그룹의 경우 행사에 의지 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사고에 더 노출된다는 것이다.
컴백해 활동 중인 걸그룹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의 위험에 심장이 내려앉는다.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하면 결국 손해는 가수 몫이라서 경미한 사고의 경우에는 언론에 노출을 꺼린다”고 귀띔했다.
컴백한 가수는 지상파 3사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전국 팔도를 오가며 행사를 소화해야 하며 스케줄이 끝난 새벽에는 안무 연습도 잡혀있다.
이러한 살인적인 스케줄에 노출된 모 걸그룹 멤버는 “서있어도 졸음이 밀려온다. 피곤해서 온 몸이 녹초가 됐지만 이미 잡혀있는 스케줄을 어쩌지 못해 안타깝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대부분의 스타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과 함께 24시간 스케줄을 소화하는 매니저들이다. 스타들과 함께 고된 스케줄을 소화하고 운전과 매니저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매니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사고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모든 원인을 매니저의 운전 미숙으로 돌리는 건 가혹하다. 매니저들 역시 잘못된 구조 속에 놓인 희생양이기 때문.
유명 아이돌 그룹의 모 매니저는 “솔직히 현재 활동 중인 가수들의 매니저 절반 이상은 졸음 운전을 한다고 보면 된다”는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얼음이 된 면전에 “왜 놀라요? 공공연한 사실이에요”라고 못박았다. 굶어가며 잠도 못자고 스케줄을 소화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수익을 남기기 힘들다는 이유다. 생명이 ‘밥줄’과 직결돼있다는 말인데 그래서 어린 생명의 희생은 더욱 가혹하다.
무엇보다 각성이 우선시 돼야 할 걸로 보인다. 관계자들이 머리를 모아 더 이상 스타와 매니저, 스태프들이 혹사당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구조의 개선과 인력의 충원이 필요하다. 가벼운 교통사고도 쉬이 넘기지 않고, 또 한 번의 졸음운전도 웃으며 넘기는 현실에 경종이 필요할 때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ssmoly6@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