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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자유의 언덕’ 속에 인생이 담겨 있어요”

[인터뷰] 문소리 “‘자유의 언덕’ 속에 인생이 담겨 있어요”

등록 2014.09.19 17:43

수정 2014.09.19 20:15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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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보통 영화가 개봉 뒤 언론과의 인터뷰를 위해 찾는 곳이 삼청동의 카페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편안함 그리고 인터뷰 분위기의 집중도 등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는 장소가 특이했다. 삼청동의 한 게스트하우스다. 한쪽에는 침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생소하다 못해 웃음이 나온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자유의 언덕’에 나오는 ‘게스트 하우스’에 공간을 떠올린 듯 했다. ‘홍상수의 여자 페르소나’로 불리는 문소리는 이 생경한 공간과 썩 잘 어울리는 듯 묘한 공간감을 분위기만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홍상수가 문소리를 그렇게 찾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영화계에선 기인으로 통하는 홍상수다. 하지만 해외에선 가장 유명한 한국의 영화감독도 홍상수다. 그런 홍상수가 사랑하는 배우 문소리를 통해 ‘자유의 언덕’으로 떠나는 68분의 여행담을 들어봤다.

‘자유의 언덕’은 지난 6일 막을 내린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눈코 뜰새 없는 베니스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온 뒤 곧바로 ‘자유의 언덕’ 홍보에 나섰다. 출연 중인 SBS 예능프로그램 ‘매직아이’ 녹화도 있다. 이날도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젓는다.

“베니스요? 좋죠. 그런데 그걸 느낄 새도 없었어요.(웃음) 정해진 시간 속에서 정해진 일정을 소화해야 하니 정말 바빴죠. 이번에도 감독님에 대한 해외 언론의 관심이 워낙 뜨거워서 정말 정신 없었어요.(웃음) 감독님이 건강이 좀 안 좋으셔서 인터뷰를 많이 못하셨어요. 그러니깐 궁금증 호소를 배우들한테만 묻는 거에요. 정말 인터뷰 많이 했어요. 하하하.”

그는 이번 베니스행을 여행, MT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 이날도 잠시 베니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와인 한 잔의 여유와 호텔 앞 정원의 운치 등을 잠시 떠올리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영화제 기간 동안 비가 그렇게 왔는데 ‘자유의 언덕’ 레드카펫에 맞춰서 딱 그치더라는 것. 흥행에 대한 기운일까. 문소리는 그냥 웃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홍 감독님하고 국제 영화제를 몇 번 같이 가봤는데 그때 마다 느끼는 건 유럽 쪽에선 감독님 영화를 영화가 아닌 거의 작품으로 봐주세요. 그래서인지 질문도 거의 분석적인 얘기들이 많이 나와요. 감독님에 대한 명성과 힘은 이번에도 참 많이 느꼈어요.”

문소리의 말에는 홍상수에 대한 존경과 작가로서의 경탄까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도 홍상수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 그의 팬은 아니었다고. 우선 다른 감독들과는 전혀 다른 작업 방식이 너무도 생경했기에 함께 할 기회는 사실 생각해 보지 못했었단다.

“하하하. 홍 감독님에 대한 영화는 사실 지금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잖아요. 대략적인 얘기만 갖고 그때 그때 스토리를 만들어 내시는 감독님의 스타일에 내가 과연 순발력 있기 맞출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죠. 정말 자신 없더라구요. 그런데 ‘하하하’를 하게 되면서 작품으로서 또 인생의 선배로서 홍 감독님에게 너무도 큰 걸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홍상수 감독은 영화를 제작할 때 심할 경우 시놉시스도 없이 시작할 때도 있단다. ‘어디에서 어떤 얘기를 해볼까’ 정도의 극단적인 대략적 아이템만 갖고 배우들을 소집해 현장으로 떠난다는 것. 그곳에서 느낌을 안고 ‘뚝딱’ 하루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바로 다음 날 아침 다음 스토리가 적힌 대본을 건낸 다는 것. 사실 이게 배우로서는 미칠 노릇이다.

“쪽 대본이 힘들기도 하고, 열악한 환경이 어렵기도 하죠. 그런데 그런 건 어디나 마찬가지에요. 사실 홍 감독님과 처음 작업하는 배우라면 똑 같은 부분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갖게 될 거에요. 바로 감독님이 내가 갖고 있는 어떤 스킬을 쓸지 모르겠다는 거죠. 대체 이 감독님이 내 어떤 면을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두드러지게 촬영을 할까, 오늘은 베드신이 있을까 아니면 감정신일까 등등 정말 예측이 안 된다는 게 가장 긴장감을 유발시켜요.(웃음)”

그의 말처럼 매일 아침에 나오는 대본 때문에 자신의 촬영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는 것. 이번 ‘자유의 언덕’ 때도 마찬가지였단다. 그냥 일어나자마자 문소리는 휴대 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깔깔거리며 웃는 문소리는 “그래도 예전에는 하루 전에는 알려주셨는데 이번에는 당일 아침에야 전화가 왔다”며 박장대소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한 번 자세히 보시면 알 수 있을 거에요. 감독님 영화를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하루가 보여요. 우리가 그렇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그날의 스케줄을 체크하잖아요. 그렇게 스케줄대로 예정된 흐름으로 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또 오늘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면서 내일은 제발 이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게 흘러가나요? 이게 나이가 드니깐 감독님 영화에서 보이더라구요. 하하하.”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영화 감독 답게 해외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한다. 2011년 ‘다른 나라에서’를 통해선 프랑스의 국민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함께 했다. 이번 영화에선 일본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 카세 료와 호흡했다. 그와는 ‘자유의 언덕’에서 찐한(?) 베드신도 함께 했다.

“카세 료를 보면 진짜 말랐어요. 바람 불면 날라갈 것 같은 느낌(웃음). 아주 예민할 것 같은 인상이에요. 그런데 역시 사람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니까요. 그렇게 진국이에요. 하하하. 정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친해진 남자는 카세 료가 처음이었어요.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함께 하기 전에는 어떤 배우이고 그의 출연작도 못 봤는데 함께 작업한 뒤에는 팬이 됐어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은 아무래도 ‘취중’ 장면이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취중 시퀀스는 이제 배우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유명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문소리 역시 엄청나게 술을 먹었다고. 반면 카세 료는 워낙 술을 못해 해당 장면에서 애를 먹었단다.

“카세 료가 되게 힘들어 했죠. 하하하. 그런데 나중에는 취기 올라오는 지 되게 즐거워하는 거에요. 그런데 제가 비밀 하나 공개할까요. 영화 속에서 제가 술 마시는 장면 자세히 보시면 저 엄청나게 취해 있었어요.(웃음) 어느 정도로 취했었냐면 제 주량의 끝을 찍은 순간이에요. 사실 저도 그 장면 보고 알았어요. ‘내가 취하면 저렇게 되는구나’라고. 어떻게 찍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하하하.”

다음 달 개막하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문소리를 ‘자유의 언덕’을 선보이러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 와타나베 켄과 함께 사회자로 무대에 오른다. 재미있는 점은 사회자 배우 외에도 감독 그리고 조감독으로도 참여하는 첫 번째 영화제란 사실이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좀 창피하기도 해요. 대학원에서 찍은 단편 ‘여배우’가 상영될 기회를 갖게 됐어요. 그냥 함께 참여한 스태프와 배우들끼리 모여서 작은 상영회라도 하자고 했는데 어떻게 알고 영화제 측에서 기회를 주셨어요. 처음에는 단편 경쟁부문에 넣자고 해서 제가 기겁을 했죠. 그럴 정도도 아니고, 사실 그 자리만 바라보고 달려온 다른 분들도 있는데 제가 그 자리를 뺐는 것 같기도 해서요. 이번에 단편 쇼케이스 부문에서 상영될 거에요. 잘 봐주세요.(웃음)”

하지만 문소리를 자신의 작품이 상영되는 것보다 대학원 동문의 작품이자 자신이 조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이 이번 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올랐다는 점에서 더욱 기뻐했다. ‘이사’란 작품으로 엔딩 크레딧에 문소리는 조감독으로 이름이 올라간다.

“그 친구가 ‘여배우’에도 출연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품앗이 개념으로 참여했는데, 제가 유명 배우다 보니 그냥 설렁설렁 하겠지 생각했나봐요. 저 절대 그런 꼴 못 보거든요. 하하하. 진짜 악착같이 현장에서 매달렸죠. 끝나고 나서 저 자신도 참 뿌듯했어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문소리는 올해 초 ‘관능의 법칙’부터 ‘만신’ 그리고 ‘자유의 언덕’까지 연달아 세 편의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아이러니한 점은 올해 문소리는 단 한 편의 영화도 찍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 편 모두 지난해 촬영이 끝났던 작품. 그는 영화든 드라마든 작품에 목말라 있다고 전했다.

“차기작을 고르고 있기는 한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 많이 느껴져요. 여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쓸 수 있는 시나리오가 정말 없더라구요. 데뷔 초에는 저를 위해 쓴 저만을 위한 대본도 있었죠. 그런데 시간 앞에 장사 없다고 이젠 그런 걸 바라면 안 되지만, 솔직히 좀 많이 아쉬워요. 저를 빼고라도 얼마나 훌륭한 여배우들 많아요. 그 분들을 위한 시나리오가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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