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창작뮤지컬 ‘9번출구’의 이정주 작가는 “10월 2일부로 tvN 금토드라마 ‘아홉수 소년’(극본 박유미, 연출 유학찬)에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정주 작가는 뉴스웨이에 “표절 의혹이 불거지고 가진 ‘아홉수 소년’ 측과의 미팅자리에 (아홉수 소년) 제작팀이 나오지 않아서 황당했다. 표절이라는 쟁점이 결코 가볍지 않은데 (제작진이 아닌) 법무팀만이 나왔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대학생이라서 가볍게 보고 넘어가려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홉수 소년’ 측 법무팀은 표절과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이디어의 유사성을 가지고는 표절이라고 논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
이어 이 작가는 “법무팀은 ‘아홉수 소재’와 플롯, 아이디어의 유사성을 가지고는 표절이라고 논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표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만 일관하며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대화는 결렬되었다. 그래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했다”고 말하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작가는 즉시 돌아와 법적인 대응책을 알아봤고, 이날 오후 4시경 법원을 찾았다.
◆ 아홉수-민구-PD···왜 표절인가?
그렇다면 이 작가가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지난 2월, 대학생들 작품이라서 지인 위주로 초대해 공연을 올렸는데, 그 당시 공연을 본 지인들이 ‘아홉수 소년’을 보고 연락을 줬다. 너의 (공연) 이야기와 비슷해서 보조작가로 들어간 줄 알았다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극중 19살 캐릭터의 이름이 ‘아홉수 소년’과 ‘9번 출구’에서 각각 ‘민구’로 동일하다. 또 드라마에서 체대 지망생으로 등장하고, 뮤지컬에서는 음대 지망생으로 등장하는 설정과, 민구의 짝사랑 상대가 드라마에서는 삼수생, 뮤지컬에서는 재수생이라는 설정 역시 흡사하다.
그러면서 “방송을 봤는데, 극중 배역의 이름, 직업 설정도 유사했을 뿐 아니라 장면도 유사했다. 극중 서른 아홉 노총각 구광수가 누나에게 구박을 받는 장면에서 누나가 ‘주말에 티비만 보고 있느냐, 나가서 여자를 만나라’고 말을 건네는 장면이 뮤지컬 장면과 같다. 화가나서 티비를 꺼버렸을 정도”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등장 인물의 직업 역시 상당부분 유사하다. 드라마에서 39세 구광수의 직업이 방송국 PD라는 것과 29세의 인물이 대리라는 점이 뮤지컬과 동일하다. 또 29세 인물이 직장 동료를 짝사랑하는 설정이 같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재수생을 삼수생으로, 드라마 PD를 예능국 PD로 살짝 꼬아놓은게 아니냐”며 표절 의혹에 대한 타당성을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제작발표회 당시 유학찬 PD는 “극중 네 커플의 사랑이 전개되는데, 한 커플의 사랑만 이루어 질 것”이라고 예고하며 “어떤 커플이 사랑을 이룰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실제 뮤지컬에서도 한 커플의 사랑만 이루어진다”고 혀를 내두르며, “사랑이 주제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 커플의 사랑만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 ‘9번 출구’ vs ‘아홉수 소년’ 누가 먼저인가?
지난 달, 제작을 담당하는 김영훈 PD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작진 중 누구도 ‘9번 출구’를 본 적이 없었고, 전혀 참조하지 않았다. ‘아홉수 소년’은 지난 2013년 겨울부터 기획됐고, 2014년 1~2월에 최종 시놉시스가 제작을 위해 사내에 배우들을 섭외하기 위해 외부에 공유됐다”고 해명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이작가는 “겨울이라는 게 11월인지, 12월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하지 않겠냐? ‘9번출구’의 기획은 지난해 8월부터 들어갔다. 기획 시기로 보나 제작 시기로 보나 ‘9번 출구’가 먼저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반박했다.
이 작가는 “처음에는 제작진의 공식 해명을 요구했을 뿐인데, 표절이 아닌데 우리가 왜 사과하느냐는 입장이라서 법이 기댈 수 밖에 없다고 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창작자의 권리, 보장받아야
제작팀의 이같은 행동에 이 작가는 표절 논란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 위해 법에 호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표절 논란에 휘말린 원작자가 법적인 보호를 받았으면 좋겠다. 표절 시비를 통해 표절법에 대해 알아보게 됐는데 정말 협소했다. 마치 창작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인지, 시비를 피해가기 위한 법인지 모를 정도였다. 답답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마주한 이 작가는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에 대해 “2016년 재창작 공연을 준비 중이었는데, 그때가서 관객들은 ‘아홉수 소년’을 표절했다고 생각하지 않겠냐. 제 작품이 먼저 올라갔는데 ‘아홉수’라는 소재가 드라마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처럼 알려졌다는 게 가장 큰 피해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뮤지컬 ‘9번출구’는 한 대학생 연합 동아리가 만든 뮤지컬로 지난 2월, 7회에 걸쳐 공연된 작품이다.
앞서 논란은 지난 달 16일, 한 시청자가 ‘아홉수 소년’ 게시판에 글을 게재하면서 점화되었다.
한 시청자는 “‘아홉수 소년’을 우연히 봤는데, 친구가 지난 2월 올렸던 창작 뮤지컬 ‘9번출구’와 비슷하다”며 “소재와 캐릭터 등이 비슷해서 의아했다. 9세 캐릭터가 추가된 것을 빼면 교모하게 비슷하다”고 의문점을 언급했다.
법적 공방까지 가게 된 드라마 ‘아홉수 소년’과 뮤지컬 ‘9번출구’.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드라마와 이제 막 예술계에 입문한 앞날이 창창한 젊은 작가가 진흙탕 싸움까지 가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 되길 바란다. 그리고 표절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명확한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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