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두 여배우 강혜정, 공효진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대명문화공장에서 1관에서 연극 ‘리타 Educating Rita’(연출 황재헌)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무송, 공효진, 강혜정을 비롯한 주연배우들과 황재헌 연출이 참석했다.
연극 ‘리타’는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극작가로도 잘 알려진 윌리 러셀의 작품으로 주부 미용사 리타가 뒤늦게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평생교육원에 입학하여 권태로운 삶에 빠져있던 프랭크 교수를 만나 두 사람이 서로 변화시켜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초연 이후 35년을 맞이했으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며 현대 명작으로의 가치를 입증받고 있다.
주인공 리타 역을 맡은 공효진은 작품을 통해 연극배우로 데뷔한다. 또한 강혜정은 연극 ‘프루프’ 이후 4년 만에 무대에 복귀해 공효진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올해로 연기 50주년을 맞이한 관록의 배우 전무송이 문학교수 프랭크 역을 맡아 이들과 호흡을 맞춘다.
◆ “2인극 부담되지만, 도망가지 않겠다”
이들의 조합은 조재현의 손에서 탄생했다. ‘리타’는 조재현이 대표로 역임하고 있는 제작사 수현재컴퍼니에서 제작을 맡았으며, 캐스팅 과정에도 조재현이 깊이 참여했다.
이날 공효진은 “두 사람이 전체 극을 이끌어 가야하기에 대사량이 어마어마하다. 주위에서 대사를 잘 외웠는지 걱정하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한 소절도 못 외웠다고 답한다. 그런데 황재헌 연출이 대사를 외울 필요 없다고, 저절로 외워질 거라고 하더라. 정말 무서웠다”고 재치있게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무대 위에서 대사를 까먹으면 머리가 하애질 거다. 그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 지 상상해봤는데 정말 무섭더라. 하지만 도망가고 싶지는 않다”고 강단있는 모습을 보였다.
또 공효진은 연극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드라마, 영화만 하다가 연극을 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연기를 해야하나 걱정도 됐지만,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거 같았다”며 “그리고 이 공연을 통해 드라마를 하지 않고 연극만 하게 될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공효진·강혜정, 그들 안에 ‘리타’ 있다
공효진에 대해 황재헌 연출가는 “가끔 공효진이 연기하는 리타를 보면 얄미워서 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리타가 숨겨놓은 슬픔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바를 전했다.
이어 그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연출로서 작품에 대해 보지 못했던 부분을 공효진의 연기를 통해 본다. 이 친구가 굉장히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그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설득력으로 다가온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TV 드라마를 보지 않는 편이라서 사람들이 ‘공블리’ 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는데 왜 그러는지 알겠더라. 연기로 설득시키는 부분이 극중 리타와 닮아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강혜정은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 끝없는 갈망과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향한 열정이 발랄하게 표출되는 게 나와 닮았다”고 배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강혜정은 연극 작업의 부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두 명이서 공연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말도, 행동도 두 배로 해야한다”고 고충을 전하며 “뿐만 아니라 연극에 대한 전문 지식도 부족했다. 1막 1장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고, 극이 길어서 왜 7장까지 있냐고 연출에게 묻기도 했는데 행운의 숫자가 7이라서 그렇다고 하더라. 그게 정답인지도 아직 모르겠다”고 솔직히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강혜정은 연기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눈빛이 바뀌었다. 그는 “길고 쉼없이 달리다보니 체력적으로는 지치지만 리타라는 캐릭터에 점점 다가가고 접근하고 있는 기분이 정말 매력적이다. 부담되지만 그만큼 스릴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공효진 vs 강혜정? 공효진 and 강혜정···
모처럼 무대와는 거리가 멀었던 두 여배우가 연극무대를 찾았다. 무대에 데뷔하는 공효진이나, 4년 만에 무대를 찾은 강혜정. 이들은 무대를 향한 부담과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역할을 번갈아 소화하는 만큼 비교는 불가피하다. 여배우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도 예상됐다. 털털하기로 소문난 두 여배우는 이러한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서로 칭찬하기 바빴다.
강혜정에 대해 공효진은 “강혜정이 왕성하게 활동할 당시 동시대 여배우 중에서 가장 무서운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내기가 아니더라. 굉장히 에너지 넘치는 연기파 배우라고 생각한다. 괴물같은 여배우다”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그는 “리타 역이 더블캐스팅인데 그 상대가 강혜정이라는 말을 듣고 우리 늒미에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옆 자리에 앉아 수줍어하던 강혜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마이크를 받아들고 “제 초대권을 모두 공효진의 공연 티켓으로 돌렸다”며 “공효진의 첫 공연을 보고 그대로 따라할거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강혜정은 “배우로서 제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공효진이 가지고 있다. 눈치보지 않고 속박당하지 않는 자유로운 느낌이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계를 뛰어넘으며 자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칭찬에 화답했다.
◆ 전무송이 바라보는 두 명의 리타
옆에 있던 전무송이 말을 거들었다. 전무송은 두 배우의 차이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고, 이에 공효진과 공효진은 촉각을 곤두세워 웃음을 안겼다.
전무송은 “둘은 겉모습 부터 다르지만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한 사람은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사고적이다. 다른 사람은 능동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결국 연기를 통해 두 배우가 말하려는 건 같다. 언어의 차이는 있어도 역할을 소화해내는 것은 둘다 똑같다. 이를테면 하나의 사건을 상대방이 어떻게 바라보고 이야기하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그 차이다”라고 빗대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황재헌 연출가는 “연말에 올려지는 공연이 많은데 우리 연극이 최고라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단지 최고의 배우들이 모여서가 아니라 훌륭한 스태프들과 최상의 조건에서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이어 황 연출가는 “공연을 보고 가시는 분들이 나중에 우리 연극을 회상했을 때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연극 ‘리타’는 오는 12월 3일부터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막을 올린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ssmoly6@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