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피로를 풀어주는 자양강장제, 개그 프로그램 인기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이 최강자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을 위협하는 신흥강자로 급부상중인 것. '웃찾사'는 지난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단장, 꾸준한 신선한 소재와 자사 개그맨들을 십분 활용한 캐릭터 발굴 여기에 풍자와 해학의 양념을 얹어서 천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개콘'과 당당히 맞붙는 초강수까지 내보이며 정면대결에 나섰다. 시청률로 보자면 참패다. 그도 그럴 것이 '개콘'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할지라도 국내 최정상의 개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평균 시청률 15%를 유지하며 KBS 효자 프로그램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개콘'의 승승장구는 최근 들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신선한 소재와 아이디어 대신 자기복제를 일삼으며 정체기에 빠진 코너들이 인기 하향세를 보이며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또 김치녀 발언 및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이다.
반면 지난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심기일전에 나선 '웃찾사'가 과연 새 바람을 일으키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여전히 '웃찾사는' 평균 시청률 5% 내외를 오가며 부활을 꿈꾸는 도전자에 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KBS가 국민MC 유재석과 함께 야심차게 선보인 새 예능 '나는 남자다' 보다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등 탄탄한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
무엇보다 '배우고 싶어요'를 비롯해 '막둥이' '뿌리없는 나무' '기묘한 이야기' '성호야' 등 절반 가까이 되는 코너의 인기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엉거주춤 자세와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테니스"를 외치는 '배우고 싶어요'는 방송 2주 만에 테니스 열풍을 몰고 오며 핫한 코너로 자리 잡았다.
개그맨 안시우, 이융성, 이수한이 출연하는 이 코너는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 하는 엉성한 시우의 모습을 코믹하게 보여 주며 웃음을 선사한다. 우스꽝스러운 헤어밴드와 옷을 입고 등장하는 안시우는 '테테테테테니스~ 신발신발 바지바지 티 티~TENNIS~테니스~'와 같은 중독성 넘치는 말을 반복하며 테니스 중독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현재 '배우고 싶어요'는 방송 직후 다음 날 까지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웃찾사' 대세 코너임을 입증하고 있다.
'웃찾사'의 인기 코너로 자리잡은 '막둥이'는 남장을 하고 경찰로 나와 남자들 보다 더 남자다운(?) 포스를 발산해 웃음을 선사하는 김현정의 활약이 돋보인다.
막내 조직원으로 잠입한 경찰 역의 개그우먼 김현정이 극중 옛 남자친구(안시후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스럽게 그린 코너. 그동안 귀엽고 깜찍한 애교스런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던 김현정은 더벅머리 가발을 쓰고 입가에는 매직으로 대충 그린 수염 분장에, 군용 패딩 내피를 속 옷 삼아 입고 남장여자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연기해 눈길을 끌고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패러디한 '뿌리 없는 나무도 반응이 뜨겁다. 위엄이 서지 않는 무능한 왕으로 등장하는 개그맨 남호연은 시종일관 왕과 어울리지 않는 앳된 목소리를 내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이외에 '기묘한 이야기'와 '성호야'의 인기 역시 심상치 않다.
오민우, 최기영, 박지현이 출연하는 '기묘한 이야기'는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생활 속 소재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모든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듯 내뱉는 “정말 기묘하죠?”라는 대사는 관객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따라하며 코너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또 성공하겠다고 서울 간 성호에게 계속 "내려와"만 외치는 아버지와 엉엉 울며 슬퍼하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코너 '성호야'는 개그맨 판 '미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그맨 이성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호야'는 김형인, 홍윤화의 연기호흡에 TV에 나오지 못하는 아들을 타박하는 아버지의 고함이 왠지 웃픈 현실을 대변하며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SBS가 주말 9시 시간대 드라마 폐지 카드를 내놓은 상황에서 그 시간대에 들어갈 가장 유력한 프로그램으로 '웃찾사'가 꼽히고 있다. 금요일 심야 시간대라는 악조건에서도 평균 5%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각 코너들이 상승무드를 타면서 주말 황금시간대로 옮기면 인기에 날개를 달지 않겠냐는 것이 방송가 안팎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절대강자 '개콘'의 위상에 도전하는 '웃찾사'의 이 같은 상승세가 안방극장 코미디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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