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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대 선 박창진 사무장 “회사가 날 배려했다? 모두 거짓”

증언대 선 박창진 사무장 “회사가 날 배려했다? 모두 거짓”

등록 2015.02.02 17:38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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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당시 폭언·폭행했다” 언급···“KAL, 직원 희생 강요하고 남 탓만 한다” 비판“복귀 후 비행 스케줄 지나치게 가혹···회사로부터 배려 관련 언급 들은 바 전혀 없다”“아직도 몸 상태 안 좋아···자신은 물론 가족도 큰 상처 입었다” 언급하며 눈물 쏟아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2일 오후 열린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 등에 대해 증언했다. 사진은 지난 1월 10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박 사무장이 출연해 사건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장면.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2일 오후 열린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 등에 대해 증언했다. 사진은 지난 1월 10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박 사무장이 출연해 사건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장면.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말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당시 대한항공 KE086편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시에 강제로 내렸던 박창진 사무장이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박 사무장은 2일 오후 서울 공덕동 서부지방법원 303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땅콩 회항’ 사건 결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사무장은 법원 측에 증인 신변보효 요청을 함에 따라 일반 증인과 다른 경로로 법원에 입장해 증인지원실에서 증언을 준비했다.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된 공판은 박 사무장에 대한 증인 신문부터 진행됐다. 박 사무장은 승무원 정복을 착용한 단정한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주심을 맡은 오성우 부장판사는 박 사무장에게 “현재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라고 묻자 박 사무장은 “약 30시간 정도 숙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라고 답했다. 지난 1일부터 업무에 복귀한 박 사무장은 이날 새벽 나고야~인천 노선 비행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했다.

증인 신문은 검찰 측에서부터 시작했다. 검찰 측은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의 행동과 발언에 대해 질문했고 박 사무장은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이 폭행과 폭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박 사무장은 “회사 쪽에서는 자신이 서비스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잘못을 저질렀다고 서비스 과정에서 자신을 아무런 잘못을 한 적이 없는데 왜 질책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들에게 행한 폭행과 폭언은 기내 인권 유린 행위”라며 “특히 조 전 부사장은 즉흥적 기분에 따라 한 사람의 인권과 자존감을 매우 치욕적이고 모멸스럽게 짓밟았으며 자신은 그 순간 인격적 사살을 당한 기분이었다”고 언급했다.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은 사건 이후 단 한 번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말의 양심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대한항공은 직원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고 그 희생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도 남탓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장은 복귀 이후의 스케줄에 대해서도 자신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스케줄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지난 1월 30일 있었던 조양호 회장의 증언과 달리 대한항공 측은 자신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은 라인-팀제에 의해 승무원 편성이 이뤄지고 있는데 복귀 후 스케줄을 보니 자신이 그동안 함께 한 승무원 팀이 아닌 다른 승무원들과 팀을 이뤄서 비행을 하게 됐다”며 “이 상황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모두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 출근 스케줄이 반복되고 하루 12번 이상 이·착륙해야 하는 국내선 비행도 과하게 편성되는 등 다른 승무원들에 비해 무리한 비행 스케줄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회사는 자신의 업무 복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회사가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어떤 느낌도 받지 못했으며 회사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회사 관계자로부터 자신에 대한 배려와 관련해 어떤 것도 들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

박 사무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고 일부 명예가 훼손됐으며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도 다녔지만 단기간 치료가 어려웠다”며 “본인은 물론 본인의 가족도 같이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박 사무장은 경위서와 시말서 작성 과정에서 대한항공 고위층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바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뉴욕에서 작성된 경위서는 약 28시간 정도 취침과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고위 임원들의 호통과 억압, 지적을 받은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귀국 후 경위서 작성 과정에서도 여 모 상무로부터 ‘계속 회사 다니고 싶으냐’ 투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지난 1월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내용에 대해서도 자신의 말이 왜곡돼 전해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인터뷰 당시에는 김 모 승무원으로부터 “교수 제안을 받았다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들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고 말했지만 방송에서는 이것이 와전돼 방영됐다”며 “김 승무원을 비롯해 동료 직원들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자신의 비행 스케줄이 부당하게 편성됐다는 박창진 사무장의 증언에 대해 대한항공은 “대한항공의 승무원 스케줄은 6000명이 넘는 승무원을 대상으로 컴퓨터에 의해 자동 편성되므로 인위적 스케줄 조작은 발생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측은 “박 사무장의 스케줄은 업무 복귀 승인 시점(1월 30일) 이전인 1월 21일에 이미 컴퓨터에 의해 자동 배정돼 본인에게 통보됐다”며 “박 사무장의 2월 비행시간(79시간)은 다른 팀장과 동일한 수준이며 박 사무장의 이전 근무시간과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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