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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 정우, ‘열심’과 ‘진심’ 다하는 이 배우의 ‘본심’

[인터뷰] ‘쎄시봉’ 정우, ‘열심’과 ‘진심’ 다하는 이 배우의 ‘본심’

등록 2015.02.09 09:26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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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배우 정우를 보면 ‘열심’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의 연기를 보면 정말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작은 연기를 하던 큰 연기를 하던 정우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리고 다시 고민을 해서 배역에 몰입해 자신의 모든 것을 토해낸다. 그는 정말 ‘열심’인 배우다. 배우 정우는 ‘진심’을 다한다. 그를 전 국민의 스타로 만들어 준 ‘응답하라 1994’(응사)에서도 매순간 진심을 다했다. 그의 진심은 통했다. 정우의 말투 몸짓 하나에 대한민국이 동화(同化)했다. 그의 모습에 1994년이 다시 왔다. 전국을 동화(童話) 속으로 빠트린 정우의 진심을 대단했다. ‘열심’하고 매 순간 ‘진심’을 다하는 배우 정우는 그래서 가슴을 울리는 법을 터득한 듯했다. 그의 연기는 그랬다. 영화 ‘쎄시봉’을 선택한 것도 ‘열심’히 하면서 ‘진심’을 하다는 배우 정우의 ‘본심’을 정확히 짚어준 작품이었다. ‘쎄시봉’의 ‘오근태’가 바로 ‘정우’였다.

‘응사’ 종영 인터뷰 뒤 대략 1년만의 만남이었다. 우선 그는 겸손했다. 길고 긴 무명의 터널을 걸어온 시간을 알고 있었기에 ‘인기’의 허무함도 ‘관심’이란 마약의 중독성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1년 전 ‘인기의 덧없음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순간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명심했었다. 그래서일까. ‘응사’ 멤버들 가운데 차기작 선택이 가장 늦었다. 한 때 충무로 모든 시나리오가 ‘정우를 통한다’는 말이 돌았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참 오래 걸렸네요. 그러고 보니. 우선 팬들에게 죄송하죠. 제가 뭐 대단한 놈이라고 보내주신 관심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외면했는지. 에휴(웃음). 글쎄요. 지금의 인기를 기반으로 ‘이 정도면 내가 해도 되겠구나’란 작품을 선택하고 싶은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어요. 제가 말주변이 좋아서 예능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전 배우이기에 작품으로만 만났으면 하는데. 제가 정말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시간의 타이밍을 본 것 같아요.”

‘응사’ 이후 정우의 이름이 오르내린 여러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그 모든 작품이 정우에게 ‘최선’을 다할 수 없게 만드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그릇이 오롯이 전부를 품을 수 있는 느낌을 원했단다. 나를 품고 또 내가 품을 수 있는 작품과 만났을 때 대중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고. 그래서 ‘쎄시봉’은 최상의 선택이었단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많지는 않았어요. 하하하. 몇 편의 시나리오를 받았지만 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 건 ‘쎄시봉’이었죠. 다들 좋은 시나리오인데 제가 ‘쎄시봉’에 좀 더 끌렸나봐요. 제가 의외로 올드팝과 옛날 가요를 되게 좋아해요. ‘쎄시봉’ 선생님들의 노래도 너무 좋아하구요. 노래를 생각하면서 읽는데 그 감정이 그대로 오는 거에요. 제가 그 세대도 아닌데 뭔가 울림이 왔죠. 힘이 느껴지니깐 해야겠단 확신이 섰어요.”

이미 자신의 자전적 영화 ‘바람’에도 소개됐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는 부산에서 책방과 함께 LP판을 판매하시던 분이었다. 어릴 적 자연스럽게 그 시대의 노래를 듣고 자랐다. 점차 ‘쎄시봉’의 분위기에 매료됐었고, 실제로 그 안에서 살아 숨쉴 기회를 얻는 행운을 잡았다. 배우의 꿈을 이룬 그에게 진짜 꿈의 경험을 준 게 ‘쎄시봉’이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사실 다른 것보다도 극중 ‘오근태’란 인물은 가상의 캐릭터잖아요. 하늘이나 복래 진구가 한 역할은 실존 배경이 있지만 전 그냥 백지에서 만들어야 되요. 좀 난감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죠. 물론 아시는 데로 실제 모델이신 선생님도 계세요. 만나뵜었죠. 근데 진짜 웃긴 게, 저랑 같은 부산 출신에, 같은 고등학교 선배님이셨어요. 실제 선생님이 만나자 마자 ‘부산 사투리 할 수 있겠나’라고 하시길래, 제가 ‘저 부산입니다’라고 말씀드리니 놀라시고 그 이후 동네 이력이 저와 선생님 입에서 쭉 나오는 데 진짜 신기했어요. 하하하. 운명이죠 뭐.”

전설의 듀오 ‘트윈 폴리오’가 사실은 ‘트리오’였단 설정에서 출발하기에 정우의 기타 연주와 노래는 필수였다. 특히 주옥같은 실제 포크 음악이 영화 전반에 깔리고 출연 배우 모두가 실제 연주와 노래를 겸해야 하기에 여간 부담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우에게 기타와 노래는 어땠을까.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기타는 우선 잘 치지는 못해도 할 줄은 알았죠. 그런데 잘 해야 못 치는 것도 연기 할 수 있잖아요. 연습 많이 했어요. 특히 영화 속 F코드는 실제로도 죽을 맛이에요. 아휴(웃음). 노래야 그냥 노래방에서 즐기는 수준이죠 뭐. 저 ‘응사 콘서트’에서 하는 거 보셨잖아요. 그냥 부르는 거에요. 하하하. 준비 기간 동안 트레이닝도 받았는데 ‘말하는 것처럼 불러라’는 선생님의 주문을 받았죠. ‘공기 반 소리 반’ 같은. 하하하. 저 말고 하늘이 복래 노래 들어 주세요. 진짜 끝내줘요. 하하하.”

정우가 이번 ‘쎄시봉’ 속 최고의 명곡으로 꼽는 노래는 단연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다. 중년의 ‘오근태’를 연기한 김윤석 역시 같은 선택이었다. 정우와 김윤석은 ‘오근태’란 인물을 연기하면서 하나의 마음으로 통했나 보다. 두 사람다 이 곡을 선택한 이유도 비슷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가슴 아픈 첫 사랑과 제 실제 경험은 좀 다르죠. 사실 전 그런 경험도 없어요. 그런데 이장희 선생님의 이 곡을 부르는 데 진짜 확 전율이 오면서 근태의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나더라구요. 뭔가 자영에 대한 애틋함이 살아나고. 20대의 근태가 부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한 마디로 첫 사랑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에요. 반면 40대의 근태가 부른 노래는 정말 또 다르게 오더라구요. 윤석 선배님도 그러셨을 거에요.”

하지만 실제 근태가 영화 속에서 겪은 선택의 기로에선 40대의 근태와 좀 달랐다. 그는 나름대로 ‘쎄시봉’ 속 20대의 근태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스스로도 ‘사랑 앞에선 근태처럼 저돌적이다’고 고백했다. 영화 속 근태의 선택에도 정우는 공감을 택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윤석 선배님과 얘기한 적이 있었죠. 선배님은 여러 인터뷰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일을 선택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전 사랑이에요. 선배님의 선택이 틀리고 제 선택이 맞았다?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쎄시봉’ 자체가 시간의 흐름 속에 같은 인물이 겪는 다른 감정의 공백을 말하는 거라 생각해요. 20대의 근태가 사랑에 올인했다면, 40대의 근태는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전부다 부질없던 자신의 선택에 대한 얘기랄까. 아마도 나이대 별로 ‘쎄시봉’이 주는 감동이 틀릴 것이라 생각해요.”

조만간 정우는 또 다른 실화 ‘히말라야’로 다시 돌아온다.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인 이 영화에서 정우는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 원정에 나섰다. 실종 사망된 고 박무택 대원을 연기한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남성의 눈물과 감동 그리고 또 다른 정우를 보여드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 쓰레기에서 오근태 이젠 박무택으로 변신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단순 명료한 그의 마지막 인사에서 ‘열심’과 ‘진심’ 그리고 배우로서의 ‘본심’이 분명하게 전해져 왔다. 정우는 그런 배우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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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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