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문장이다. 전쟁터 같은 배경 앞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손을 내미는 장면, 고급 스포츠카 창문을 내리고 투자자를 태우려는 듯 외치는 모습, 심지어 20만원권 가상 지폐 속 인물로 등장한 이미지까지. 모두 인공지능(AI)으로 합성된 '총수 밈(meme)'이다.
코스피가 6300선을 돌파하고 삼성전자가 장중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이 밈들은 다시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단순한 유머를 넘어, 급등장을 바라보는 투자자 심리를 압축한 상징처럼 소비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26일 3%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급등했고, 현대자동차 역시 강세를 보였다.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전형적인 '주도주 장세'였다.
이처럼 시장이 한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일 때 투자자들은 상승의 얼굴을 찾는다. 이번 랠리의 얼굴은 단연 반도체, 그리고 그 정점에 선 총수들이다.
'20만 전자', '100만 하이닉스' 같은 숫자가 상징이 되자 자연스럽게 기업의 상징적 인물들이 밈의 주인공이 됐다. 기업 가치의 급등이 곧 총수의 자산 증가로 연결된다는 점도 흥미 요소를 더했다. 이 회장의 주식 평가액이 하루 만에 1조원 넘게 늘었다는 기사와 함께, 가상의 '20만원권 지폐' 이미지가 공유되는 식이다.
밈의 핵심 문구는 공통적이다. "설명할 시간 없어, 어서 타."
이는 급등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포모(FOMO·상승장에서 소외될까 두려워 추격 매수하는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다. 이미 많이 오른 주가를 바라보며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는 투자자 심리를, 총수가 직접 손을 내밀어 재촉하는 장면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특히 과거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 등장했던 '구조대 밈'이 재활용되며 일종의 시리즈처럼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까지 등장하며 '총수 유니버스'가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한 기업의 CEO가 아니라 '총수'라는 점이다. 한국 증시에서 총수는 단순 경영인을 넘어 상징 자본을 지닌 존재다. 기업 장기 비전의 얼굴, 대규모 투자 결단의 주체, 위기와 호황을 함께 통과한 인물이라는 서사가 덧입혀진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처럼 국가 대표 산업의 경우, 총수의 이미지가 곧 기업 스토리와 겹쳐진다. 투자자 입장에선 실적 발표 숫자보다 "누가 이 회사를 이끄는가"라는 서사가 더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AI 합성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이러한 상징은 더 빠르게 소비된다. 몇 장의 이미지로 '상승장 영웅', '부의 상징', '금수저 자본주의' 같은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내며 확산 속도를 키운다.
댓글 반응은 엇갈린다. "코스피 8000 가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과 "총수까지 다 나오면 고점 신호 아니냐"는 경계론이 공존한다. 밈은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시장의 과열을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급등장에서는 영웅 만들기와 신화 소비가 반복됐다. 다만 상승 속도가 가팔라질수록 변동성 또한 커진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힘을 얻는다.
삼성전자의 1조 달러 시총, 코스피 6300,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 거대한 숫자들이 오갈수록 시장은 추상적으로 변한다. 밈은 그 추상을 구체적인 얼굴로 바꿔준다. 결국 "어서 타"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그 안에는 상승장에서 소외될까 두려운 개인투자자의 초조함, 대형주 랠리에 대한 집단적 흥분, 그리고 한국 자본시장에서 상징으로 소비되는 총수 이미지가 함께 녹아있다.
주가가 더 오를지, 조정을 맞을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총수들은 또다시 밈의 주인공으로 호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누군가는 오늘도 그 이미지를 보며 같은 질문을 되뇌일지 모른다.
"지금이라도···타야 할까."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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