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 힐미’ 지성과 황정음이 시청자들의 가슴에 봄을 선물하고 퇴장했다.
12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극본 진수완, 연출 김진만 김대진) 20회에서는 다중인격장애를 지닌 차도현(지성 분)이 앞서 페리박을 비롯, 6개의 인격체인 안요나 안요섭, 신세기, 나나 등과 이별하며 인격 융합에 성공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마지막회 방송에서 오리진(황정음 분)은 차도현과 어린 시절 겪었던 끔찍한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는 서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터. 손을 맞잡은 이들은 어린 시절 학대당하던 상처와 그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의 존재를 확인했다.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차도현과 오리진은 서로에게 사랑이 되어주며 치유를 도왔다.
◆ 7번의 이별, 그리고 힐링···탄탄한 전개 빛났다
차도현 안에 있던 인격들은 인격 융합 과정에서 하나씩 등장했다. 교복을 입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등장한 안요나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탓에 리진의 마음을 아프게했다. 요나는 잠에서 깬 리진의 이마에 메시지를 남긴 후 떠났다. 이후 차례대로 인격들은 작별을 고했고 리진은 7번의 이별을 해야했다.
특히 신세기와의 이별은 뭉클함을 자아냈다. 리진은 세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작별에 앞서 그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신세기는 지극히 신세기답게 작별을 고했고 이에 리진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생각나질 않아”라며 세기에게 키스했다.
도현의 인격 속에서 세기와 도현은 조우했다. 세기는 도현에게 “약해지지마. 그러면 언제든지 내가 다시 나올 거야. 강해지라고”라며 애정을 드러내며 “나는 너야”라는 말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인격 융합에 성공한 도현은 다중인격장애를 극복했지만 승진그룹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선택한 장소는 리진의 부모가 운영하는 카페. 리진은 정신과 레지던트로 돌아갔다.
1년 후, 리진과 도현은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커플링을 나눠 끼고 서로를 바라보며 “누구나 마음속에 어두운 지하실이 있다. 외면하고 방관하면 그 어둠이 짙어진다. 용기 내어 내려가 불을 켜야 한다. 혼자가 무섭다면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된다. 당신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다”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 지성·황정음, 걱정 딛고 케미 척척···좋은 호흡이 몰입 도왔다
‘킬미 힐미’는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 드라마였다. 한 배우의 출연이 무산되며 여러 배우를 거쳐 지성에게 시나리오가 간 사실은 연예계에서는 익히 알려진 사실. 7개의 인격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연기하기에 지성이 적격자인지에 대해 갸우뚱 하는 이들도 다수 존재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황정음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작인 ‘끝없는 사랑’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거머쥔 그녀였기에 ‘킬미 힐미’에서 보여줄 여주인공롤이 버겁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지성과 황정음의 만남 역시 크게 신뢰를 주지는 못했다. 앞서 ‘비밀’에서 호흡을 맞췄지만 당시 어두운 멜로와 삶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두 남녀로 분했기에 다크한 이들의 모습이 뇌리에 각인되었던 터.
걱정은 기우였다. 초반에 신세기로 분한 지성이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일종의 장치였던 아이라이너마저 지우며 연기에 자신감이 붙었다. 자연스러운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일각에서는 ‘지성이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나’는 말이 나올 정도.
황정음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보여줬던 발랄하고 통통 튀는 매력을 리마인드 시켰다. 나쁜 말이 아니다. 황정음 만이 할 수 있는 연기였다. 로맨틱코미디멜로물에는 황정음 만한 여배우가 없겠다 싶을 정도.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신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황정음은 “지성을 잘 받칠 것”이라고 각오를 전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황정음의 이 약속은 지켜진 듯 했다. 지성과 황정음은 잘 맞는 호흡으로 자연스러운 멜로 연기를 선보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봄의 길목에서 ‘킬미 힐미’가 전해준 따뜻한 이야기는 진한 여운을 남긴 채 막을 내렸지만, 지성과 황정음이 보여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당하고도 달콤한 멜로는 시청자들의 가슴에 봄을 선물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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