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약장수’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홍보관 ‘떴다방’에 취직해 아들을 연기하는 일범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그린다. 이번 영화에서 박철민이 맡은 ‘철중’ 캐릭터는 현란한 말솜씨로 능수능란하게 어머니들을 다루는 홍보관 점장이다. 앞에서는 친 자식보다 더 살갑게 어머니들에게 웃음을 주지만 뒤에선 물건이 팔린 돈을 세는 것이 더 중요한 두 얼굴의 인물로, 물건 판매가 저조하면 강압적으로 윽박지르고, 물건 값을 내지 못하면 손가락에 낀 반지까지 뺏어오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캐릭터 철중에 대해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는 절대 악”이라고 설명한 박철민은 실제 연기에 너무 몰입해 마치 자신 안에 있는 악마를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두 얼굴을 가진 캐릭터의 완벽한 대사 톤을 만들어내기 위해 똑같은 대사를 100번 이상 반복하여 연습하고, 홍보관에 관련한 기사나 영상을 빠짐없이 체크하여 만들어낸 철중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악랄하다.
조치언 감독은 박철민이 연기한 철중에 대해 “시나리오를 쓰며 생각한 철중은 웃지 않으면 표독스럽고 싸늘한 이미지였다. 박철민은 눈이 선하지 않나. 하지만 박철민이 연기한 철중을 보며 그가 철중 역에 가장 최적화된 배우라고 생각했다”며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 박철민이 연기한 홍보관 철중 역은 극 중 김인권이 맡은 일범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것만큼이나, 관객들에게도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악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오는 29일 개봉하는 ‘차이나타운’의 김혜수는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절대 권력을 쥔 ‘엄마’로 출연한다. 김혜수가 연기한 엄마 역은 누구나 그를 엄마라고 부르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는 차이나타운이란 공간의 실질적 지배자다.
이번 영화에서 김혜수는 외양부터 눈빛까지 대 변신을 시도했다. 거친 세계에서 살아남은 여자답게 하얗게 센 머리칼과 주근깨 가득한 피부 등으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피부톤 역시 거친 느낌을 강하게 살렸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각기 다른 색깔의 톱스타 박철민과 김혜수가 연기한 ‘약장수’와 ‘차이나타운’이 극장가에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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