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승원이 ‘화정’ 퇴장을 앞두고 광해와 작품에 대해 냉정하게 되짚었다.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 문화동산 MBC 드라미아에서 MBC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최정규)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차승원, 김재원, 이연희가 참석해 기자들과 만났다.
‘화정’은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이 지닌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에 대항하여 개인적인 원한을 딛고 연대하는 광해와 정명(이연희 분) 그리고 그런 정명이 인조정권하에서 그 권력과 욕망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날 용인에 위치한 MBC 야외세트장에서 만난 차승원과 이연희, 김재원은 촬영에 한창이었다. 더운 날씨에 가채와 두꺼운 사극 의상이 피로감을 짐작케 했다. 중간에 투입된 김재원은 열정적이었다. 차승원과 대립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보여 NG가 나기도 했다.
촬영이 끝난 후 만난 배우들은 피로감이 역력해보였다. 차승원에 ‘촬영이 빠듯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걸렸나요”라고 물으며 재치 있게 답했다.
차승원은 “종영까지 절반이 더 남았는데 뙤약볕에서 다들 고생한다”며 “대본이 늦어져 걱정이다. 김재원이 늦게 투입되었는데 대본을 늦게 반드니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이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손사래를 치던 김재원은 “세트장에 처음 왔을 때 공기가 좋았다. 시사 프로그램을 매일 진행하며 죽는 이야기만 하다가 자연으로 돌아와서 좋았다. 그런데 다들 몇일 있으면 생각이 바뀔거라고 하시더라. 아니나 다를까 이틀만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차승원 표 광해, 말하고자 하는 바 전했다
차승원은 ‘화정’ 첫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 당시 자신만의 광해를 만들겠노라 공언한 바 있다. 퇴장을 바라보는 지금 그는 광해 배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처음에 ‘화정’을 시작했을 때 캐릭터를 잡기가 정말 어려웠다. 세고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읽어보니 그렇게 접근하면 안될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어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차승원은 “여러 자료를 통해 기존에 알지 못했던 광해와 기존에 알았던 광해를 접목해 연기하려 노력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광해와 23부 현재의 광해가 훼손되지 않고 잘 온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어 “애초에 생각하던 광해는 슬픈 광해였다. 여러 정황과 나라 안팎에서 벌어진 일들로 인해 고립되고 외로운 사람이라 생각했고 그 부분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광해가 하는 이야기가 모두 옳다고 볼 수 없겠지만 제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 사람이 대의를 위해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카리스마를 유지하는 점이 와닿았다”고 말했다.
◇ 주변인물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쉬움
차승원은 광해 캐릭터에 대해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화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장 아쉬운 부분은 등장인물의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광해의 세자시절이 오래 나왔으면 했는데 빨리 마무리되어 아쉬웠다. 고립되어 있는 광해의 모습이 지속적으로 8부까지는 나왔으면 바랐다. 박영규 선배가 선조 역할을 했는데 중신들과 강주선 캐릭터를 분명히 표현한 후에 넘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야기의 초점이 비켜나가지 않았나, 힘을 몰아줄 부분은 확실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해의 뒷길을 마지막까지 잘 표현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차승원은 “광해가 꺾이면서 퇴장을 준비하고 인조와 서인 세력들이 득세하며 인조반정이 일어난다. 마지막은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돌아가셨다는데 흰머리를 가진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대한 체력 안배를 잘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월화극 1위? 의미 없다”···자성의 목소리
마지막으로 차승원은 월화극 1위를 수성하고 있는 ‘화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화정’의 시청률 1위 비결을 묻는 질문에 “아쉬운 1위”라고 딱 잘라 말했다.
차승원은 “처음 1,2회 방송에서는 사극의 묘미가 느껴졌다”며 “시청률 면에서는 의미 없는 1위라고 생각한다. 제가 퇴장하고 나서 인조와 정명공주가 잘해서 시청률이 살아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화정’은 광해와 인조 등이 이끌어가는 드라마는 아니다. 주변인물들이 재미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에 나와있는 인물들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이를테면 정명공주가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이다. 앞으로 이런 부분이 살아나서 시청률이 상승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화정’이 광해 차승원의 퇴장과 인조 김재원의 합류, 또 모습을 드러낸 정명공주 이연희의 분투로 제 2막을 열고 진짜 사극의 묘미를 되찾을 수 있을까. 또 묵직한 존재감을 발하던 차승원의 공백을 김재원과 이연희를 비롯한 배우들이 잘 채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김상호 PD가 갑작스런 수술로 인해 빠진 공백은 최정규 PD가 잘 메워 반등을 꾀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 이날 차승원의 쓴소리처럼 김빠진 콜라 같은 시청률에 목메지 말고 남은 30부를 잘 만드는 길이 뭔지 제작진이 고민해 볼 때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MBC에서 방송된다.
용인(경기)=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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