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땐 ‘조성원가’로 호황기땐 ‘시장가’ 책정택지판매 고무줄 기준에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100조원의 부채로 공룡부채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받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를 줄이는 과정에서 기업을 상대로 땅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아파트 조성을 위해 판매하고 있는 택지지구 토지공급가격 기준 조정을 통해 보다 비싼 값에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LH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불황에는 조성원가, 호황에는 시장가격으로 바꿔 토지를 판매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LH는 지난해 분양주택용지 공급가격 현실화를 위해 공공택지지구내 전용 60㎡초과~85㎡이하 용지를 감정가격(시장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최고가낙찰제 통해 예정가보다 2배 비싸게 팔아 = 분양주택용지 공급가격을 감정가격으로 공급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7년대 이전에도 감정가격으로 공급하다가 2007년 부동산 침체기가 오자 조성원가기준으로 변경했다.
LH는 택지판매 변경 이유를 기존의 경직적 가격체계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택지지구 조성 토지를 비싼가격으로 팔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본지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LH는 최고가격 낙찰제를 통해 공급예정가격의 2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택지지구 토지를 기업에게 판매했다. 실제 디벨로퍼그룹 신영은 지난달 세종시 2-1 생활권 H1 블록 예정가격의 약 200%인 279억7000만원에 낙찰받았다. 부원건설과 거양산업개발도 세종시 2-2 생활권에서 예정가격의 200% 가량인 543억7798만7000원에 낙찰받았다.
A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2007년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감정가격이 오히려 조성원가보다 떨어졌던 시기에는 조성원가 기준으로 공급가격을 정했고 작년부터 다시 부동산 시장이 좋아져 시장가격이 조성원가보다 높아진 후에는 감정가격으로 공급가격을 정했다. 땅을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꼼수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작년부터는 조성원가가 아닌 감정가로 제공해 토지 가격이 많이 뛰었다. 게다가 국토부가 대규모 택지지구에 대한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경쟁률이 급상승했다. 사업을 계속하려면 남아있는 택지지구를 비싸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LH 부채 10조원 줄였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 원인 제공 = 이같이 LH가 분양주택용지 공급가격의 기준을 바꾸면서 LH는 지난해 27조2000억원에 달하는 판매 실적을 올렸다. 부채는 순식간에 10조원이 줄었다.
문제는 LH가 택지지구 토지가격을 비싸게 판매하면서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은 비싼 값에 아파트를 분양받는다는 점이다. 즉, LH는 택지지구 땅을 비싼값에 업체에 팔아 부채를 줄이는 대신 피해를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한 것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2012년 857만원이었지만 2013년 900만원대를 돌파한 후 올해 2분기에는 953만원을 기록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 감시팀장은 “불황일때는 조성원가로 팔더니 시장이 살아나자 시장가격으로 토지 공급 기준을 바꿔 토지 가격을 올렸다는 의혹이 있다”며 “부채감축도 좋지만 택지가격을 높이게 되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H관계자는 “과거 지자체들의 요구가 많아 토지와 시설조성 비용이 시장가격 보다 높아 손실이 많았다”며 “택지개발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기준을 바꿀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hristy@
뉴스웨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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