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차명석(김동욱), 구달수(임원희), 왕해구(손호준) 세 남자다. 고교 시절부터 단짝이던 이들은 남자들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공감 가능한 캐릭터들이다. 꼭 우리 주변에 이런 조합이 있고, 또 있을 것만 같은 세 명이다. 아니 분명 이런 조합의 친구 세 명은 반드시 있다. 공감이 되고 피식 웃음이 터지는 세 남자의 조합은 ‘쓰리 썸머 나잇’의 말도 안 되는 코미디에 설득력이란 힘을 부여한다.
세 친구는 고교 시절 한 여학생을 인질로 잡은 ‘바바리맨’을 격투 끝에 붙잡는다. 하지만 이 ‘바바리맨’은 다름 아닌 ‘탈주범’이었다. 일약 스타로 거듭난 이들 세 명은 ‘히어로’를 꿈꾸며 승승장구를 기대하지만 사회는 그렇지가 않다. 10년 뒤 구달수는 ‘진상’ 고객에게 시달리는 콜센터 상담원이 돼 있고, 해구는 갑질에 지친 제약회사 영업사원일 뿐이다. 명석은 잘나가는 여자 친구에게 기가 죽은 한심한 만년 고시생에 불과하다. 세 사람은 술자리에서 자신의 처지를 몰라주는 사회가 한스럽다. 우리에겐 돌파구가 필요하다. 순간적인 치기가 발동했다. 술기운을 빌렸다.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다. “해운대로 갑시다.”
술이 문제였다. 오두방정을 다 떨며 내려온 해운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웃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낙담하기는 이르다. 이왕 엎질러진 물이다. 즐기고 보자. 놀자. 하지만 한심한 세 명의 청춘들을 기다리는 건 꿈꾸던 즐거움이 아니다. 또 다른 낙담이고 좌절이다. 여기에 잊고 지냈던 10년 전의 과거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부터 영화는 ‘3일의 뜨거웠던 여름 밤’을 향해 질주한다.
이 영화의 최고 미덕은 익숙함 속에 숨은 발칙함이다. 세 남자 모두 남성의 섹스판타지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일탈의 쾌감을 추구한다. 걸그룹 멤버와의 상상 속 러브라인, 낯선 휴가지에서 원나잇으로 연결된 연상녀와의 가슴 떨리는 첫 경험은 노골적이면서 직설적이다. 하지만 결코 낯뜨거움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이 모든 방식이 김상진 감독 특유의 병맛 코미디로 풀리면서 19금의 성인 코미디에 팝콘 같은 느낌을 더한다. 히히덕거리며 의미없이 먹고 소비하는 오랜만의 소비형 영화가 바로 ‘쓰리 썸머 나잇’이다.
‘쭉쭉빵빵’ 비키니걸을 상대로 헌팅에 나서지만 발바닥을 꿰뚫은 유리병처럼 현실은 장애물의 연속이다. 시뻘건 피가 샘솟고, 때 아닌 소낙비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기도 한다. 비키니 콘테스트가 열린 나이트클럽 입장을 위해 세 남자는 과감하게 여장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건 누가 봐도 황당하고 기겁을 하게 만들고 가끔은 넋을 빼놓을 정도로 개연성 파괴의 전개 방식이다. 그럼에도 ‘쓰리 썸머 나잇’은 이해가 되고 넘어가게 되면 때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우리가 가끔씩은 상상 속에서 그려보았던 일탈의 여러 범주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대신 수행하는 이들 찌질이 남자 세 명을 통해 통쾌함과 해소감 그리고 즐거움의 쾌감까지 ‘3박자의 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찌질함이 치부가 될 수는 없다. 찌질함도 가끔씩은 치기를 넘어 용기로 변환될 수도 있다. 영화는 마지막 이들 세 남자의 뜬금없는 용기가 ‘3일 밤의 뜨거웠던 여름’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또 어떻게 끌어가는지를 끝까지 잊지 않는다. 조금은 과하고 어느 부분에선 불필요한 묘사와 과잉 요소도 넘친다. 하지만 ‘쓰리 썸머 나잇’이고 김상진이며, 임원희 김동욱 손호준 세 남자의 좌충우돌 격정기라면 충분히 106분을 소비해도 아깝지 않를 시간이 될 것이다.
‘병맛 코미디’를 극도로 싫어하는 관객이라면 비추다. 하지만 김상진의 병맛 코미디는 특별함이 있다. 그래서 ‘쓰리 썸머 나잇’은 한 번 쯤 소비해 볼 만한 106분의 팝콘이다. 개봉은 15일.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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