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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發 악재, 정말 끝났나

그리스發 악재, 정말 끝났나

등록 2015.07.14 18:16

수정 2015.07.15 07:09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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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반발·여전히 높은 부채비율·유로존 결속력 약화 등 위험요소 부상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에 합의하면서 일단 위기는 면했지만 그리스 내부 반발로 인해 또 다시 글로벌 유동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그리스가 추가 개혁안을 이행한다는 전제하에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와 구제 금융 협상을 개시하는 데 합의했다.

이를 통해 유로존은 그리스가 부가가치세 간소화와 연금 개혁, 민영화 등 고강도 개혁법안을 오는 15일까지 입법절차를 마칠 경우 ESM을 통해 3년간 최대 86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했다.

또 ESM과의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위한 ‘브릿지론’으로 120억유로를 별도로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안은 지난 5일 국민투표에서 거부된 협상안보다 훨씬 혹독한 수준으로 채권단의 요구를 굴욕적으로 수용했다는 비난이 그리스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협상안에 따르면 그리스는 15일까지 부가가치세와 연금 등 4개 개혁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지난 1월 말 집권이후 지금까지 도입한 법안들 가운데 인도주의적 법안을 제외한 반(半)긴축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

또 그리스가 요구했던 채무 재조정은 원금 탕감이 아닌, 만기 연장 등의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500억유로 규모의 국유재산으로 독립된 펀드를 만들어 절반은 은행자본 확충에 쓰고 나머지는 성장을 위한 투자나 부채 상환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당장의 국가 부도사태와 그렉시트는 막았지만 치프러스 총리와 시리자당에 대한 그리스 국민들의 배신감으로 인해 몰아칠 정치적 혼란이 또 다시 글로벌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리스 선거 후 독일 국민의 51%가 그렉시트를 찬성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협상안과 독일 정부의 강경적 노선이 그리스 국민들의 그렉시트 희망 비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관광업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경제성장의 드라이버가 없는 그리스가 원금탕감도 못받고 만기 연장과 이자율 조정에 합의하면서 높은 부채비율을 줄이지 못해 그렉시트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제금융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단기적으로 그렉시트의 이슈가 수면 아래로 잠복하겠지만 그리스의 정치적인 안정과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1~2년 내 그렉시트 이슈가 재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 연구원은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의 해석에 따라 올해 말 선거를 앞둔 국가들에서 긴축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극좌파 정부가 집권하게 된다면 그리스와 같은 이슈가 반복될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그는 “독일과 핀란드, 북유럽의 우파 채권단의 강경한 태도는 10~12월 유럽 각국의 선거에서 유럽 극좌파의 득세와 각국 긴축반대 세력의 확산을 견제하는 목적도 있었다”며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의 해석에 따라 10월의 포르투갈과 11~12월의 스페인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긴축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극좌파 정부가 집권하게 되면 그리스와 같은 이슈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합의안 도출로 얻은 것은 당장 그렉시트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독일 총리 언급이나 구제금융규모 및 기간, 만기상환일정 등을 볼 때 시간은 충분히 번 셈”이라면서도 “그리스vs독일, 남유럽vs북유럽 등 유로존의 결속력이 약화됐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또 “독일 정부의 지나친 강경적 노선으로 인해 그리스 국민의 그렉시트 희망 비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의 경우 유로존이 재정통합을 달성하지 못하는 한 향후 대규모 충격 발생 시 그리스 같은 문제는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유로 시스템이라는 화폐 통합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일련의 조건들을 만족하지 않았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그렉시트 시나리오가 정지됨에 따라 그 체계적 오류를 확인하는 것은 미래로 미뤄졌으나 재정통합을 달성하지 못하는 한 향후 대규모 충격 발생 시 그리스 같은 문제는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그리스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는 해결되지 않아 채권단과 그리스의 잠정 협의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매우 낙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도 GDP 대비 일반정부 총부채는 2020년 111.5%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와 달리 연쇄적 파동까지는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의 국채 금리를 보면 단기 금리 급등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는 크레딧 리스크가 거의 없었다는 것으로 그리스 사태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의 제 3국가에 전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김아연 기자 cs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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