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해’ (연출 노상훈, 김진원|극본 권기영)의 살인마 이준호, 최원영의 기세가 무섭다. 방송 시작 5분 동안 펼친 사이코패스의 희노애락은 걷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 치솟았고 숨 쉴 틈 없는 긴장감을 선사하며 폭풍흡입력이란 이런 것임을 제대로 보여줬다.
종영을 한 회 앞둔 어제 방송에서는 이준호로 살아온 이준영(최원영 분)이 드디어 현(서인국 분)의 앞에 이준영으로 섰다. 자신을 기억하고 알아봐주는 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기쁨과 설렘까지 느껴졌지만 자신을 원망하고 분노하는 현의 모습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고 슬픔의 끝은 분노로 표출됐다. 방송 시작 단 5분간의 대화였지만 한 시간을 꽉 채운 듯한 흡입력을 선사. 그간의 이준영의 삶 그리고 그가 현과 민(박보검 분)을 바라보던 시선과 진심을 느낄 수 있게 하며 드디어 속을 드러낸 이준영의 결말을 더욱 궁금케 했다.
이준영이 과거 민을 데려간 것은 다름아닌 현을 구원하기 위함이었다. 자신과 같은 괴물이 아니지만 자신을 이해해준 아이 현에 대한 애정 아닌 애정이었고 자신과 닮은 아이 민을 감당할 수 있는 건 같은 괴물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악인의 배려와 진심이 담긴 구원은 비극을 낳았고, 그 비극이 더욱 소름 끼치는 건 이준영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현과 민을 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현이 자신의 진심을 몰라줬다는 사실에 이준영은 상실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 "너만은 날.."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눈물까지 그렁해진 슬픈 감정을 드러낸 이준영의 모습은 그가 현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얼마나 가깝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며 비극의 시작에 담긴 진실을 밝혔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이준영의 구원에 담긴 진심은 최원영을 통해 표출. 현과의 대화에서 보인 그의 눈빛과 표정들은 이준영이 느끼는 마음의 상처까지 느낄 수 있게 했고 그 상처의 기반에는 형제를 향한 '애정'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이제는 최원영의 눈만 바라봐도 두려울 정도. 단 5분만에 사이코패스의 희노애락을 담아내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된 배우의 감정이입을 고스란히 담아냈고 배우가 캐릭터에 동화된 만큼 보는 이들까지 함께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에 그가 보인 감정의 희노애락 끝에 전해진 이준영의 쓸쓸함과 외로움은 시청자들의 가슴 한 켠에 여운을 남기며 애잔함을 자아내기도. 악인에게 느낄 수 없던 감정까지 느끼게 만든 그의 폭풍 흡입력은 이들에게 해피엔딩이 가능할지 비극의 끝에 대한 궁금증을 최고조에 달하게 했다.
한편, 역대급 악인이라는 호평과 함께 연민까지 자아내는 악인으로 '악역'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최원영의 열연이 빛나고 있는 <너를 기억해>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물오른 연기로 시청자들의 만족을 더하고 있다. 마지막 방송은 오늘 저녁 10시 KBS 2TV를 통해 방영된다.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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